맥스웰 VS 네스카페 VS 레쓰비, 캔커피 삼국지

마시즘
마시즘2020-03-15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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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노동음료, 마음을 전하는 선물 아니면 손난로?”
매일 아침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패딩 주머니에 찔러넣고 가는 것은 학생 때부터 이어온 마시즘의 습관이다. 거리마다 커피 프렌차이즈가 생기는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직접 로스팅과 커피를 내려먹는 이 시대. 아무리 입맛이 높아졌어도 캔커피를 찾고 싶은 날들이 있다. 캔커피에는 다른 커피와 다른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시즘 역시 <인생은 쓰니까 커피는 달아야죠>, <발라드에 어울리는 만년 솔로음료>처럼 캔 커피 하나, 하나에서 고해성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공산품스러운 커피에서 가장 인간적인 정을 많이 느끼다니. 오늘은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은 커피가 우리 일상에 들어오는 데는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동서식품 천하
커피는 맥심, 캔커피는 맥스웰이지
한국 인스턴트 커피의 역사는 ‘동서식품(맥심)’의 발걸음이었다. 1985년, 동서식품은 캔커피 ‘맥스웰 커피’를 출시했다. 숟가락으로 커피, 프림, 설탕을 섞는 것이 번거로워 한 봉지에 옮기더니 이제는 아예 캔 안에 완성형 커피를 넣어버린 것. 커피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당시 이런 행보는 아이폰 신제품 발표같은 것이었다.

간편하고 맛있는 커피에 사람들은 반응했다. 맥스웰은 9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90%가량으로 끌어올리며 ‘캔커피는 곧 맥스웰’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시장은 매년 2배 가까이 뛰는 상황. 아무도 맥스웰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1991년 5월 노사간의 갈등으로 공장이 잠시 멈출 때까지는…

그렇다. 캔커피가 가장 잘 팔릴 여름을 앞둔 5, 6월에 맥스웰은 생산에 제동이 걸린다. 그때를 노려 수 많은 캔커피 업계가 진격한다. 롯데칠성음료의 ‘레쓰비’, 미원음료의 ‘로즈버드’ 등이 나와 판촉활동을 벌였다. 심지어 캔커피가 처음 만들어진 일본업계들도 한국 캔커피 시장을 노렸다.

맥스웰 천하에 금이 가며 평온했던 캔커피 시장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네스카페의 역습
캔커피의 겨울상륙작전
맥스웰의 점유율은 50%정도로 떨어져 있었지만 아직 건재했다. 캔커피 시장의 성장률 역시 엄청났기 때문에(IMF때도 캔커피 시장은 호황이었다) 빨리 점유율을 되찾아야 했다. 콜롬비아 커피를 내세우며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치던 레쓰비도 많은 점유율을 얻으며 여름시즌을 마무리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가을. 후발주자인 CCNR(코카콜라, 네슬레 합작법인)은 캔커피 ‘네스카페’를 출격한다. 당시 캔커피는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네스카페의 늦은 출격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스카페는 이런 커피비수기에 온장고 6천 5백대를 전국 소매점에 공급하는 전략을 세웠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캔커피’를 내세운 네스카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11월, 12월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다음해 상반기에도 점유율 1위를 기록한다. 순식간에 성장한 네스카페는 맥스웰의 선두자리를 탈환하고, 빼앗기며 캔커피 전쟁에 불을 붙였다.

레쓰비 최후의 전략
커피는 사랑이야
레쓰비는 맥스웰, 네스카페와 함께 캔커피 빅3를 구성하고 있었지만, 왕좌와는 가장 거리가 있어 보였다. 콜롬비아산 원두로 만든 고급라인과 한국인 입맛에 맞춘 마일드, 기존의 캔커피의 향미가 나는 레귤러까지 다양함으로 승부를 하려고 하였지만 기존에 캔커피 시장을 잡고 있는 맥스웰과 네스카페를 따돌리기는 힘들었다.

그때 전략을 바꾸게 된다.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광고로 승부를 하겠다. 그리고 1997년, 전설의 광고가 나오게 된다. 전지현과 류시원이 등장하는 ‘저 이번에 내려요’ 광고.

(요즘에는 버스에서 음료 마시면 강제로 내리셔야 합니다)
이전부터 캔커피는 ‘카피라이터의 전쟁’과도 같아 보였지만, 이 광고의 파급력은 굉장했다. 레쓰비를 생각할 때 콜롬비아나 다양함이 아닌 ‘설레는 감성’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다음해 같은 상황, 다른 결과가 나오는 명세빈, 박용하의 후속광고까지 성공하였고. 결국 1998년 레쓰비는 캔커피 부동의 1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간편함, 따뜻함… 아니었어 역시 커피는 감성인 것이다.

한국을 넘어
러시아의 문을 두드리다
신선한 시도였던 캔커피 시장은 음료계의 주류로 떠올랐다. 최후의 승자가 된 레쓰비는 감성적인 영역을 건드리며 점유율을 공고히 했다. 캔커피의 전쟁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레쓰비 제국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소련… 아니 러시아에 진출해 캔커피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밀키스와 함께 러시아에서 인기를 쓸고 잇는 레쓰비)
현재 러시아에서 레쓰비는 90%에 육박하는 캔커피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알음알음 잘 팔린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여전히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거기에는 한국에서 치열하게 다퉜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먼저 제품을 다양화 한 것, 그리고 2005년 온장고의 보급으로 따뜻한 캔커피를 선보인 것이다.

하나의 음료가 우리 일상에 각인될 때까지는 수 많은 음료들 사이에서 경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는 음료가 시장의 강자가 된다. 이 가운데 입은 상처들은 경험과 근육이 되어 다른 시장에 도전 할 때 힘이 되곤 한다. 레쓰비는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으니까.

마치 캔커피 시장의 초기처럼 한국의 캔커피 시장은 레쓰비로 정리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 캔커피 시장에서는 원빈 아니 TOP가 등장하며, 2세대 캔커피의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