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나는 나, 내면의 모습까지 비추는 초상화

바이라인2020-03-08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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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에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 위한 기록이었던 과거 초상화,
희소성의 가치 얻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초상화라는 단어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그 가치가 더 희소해졌다. 사실 현대에는 카메라를 이용해 인물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려는 시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초상화를 미술 용어로 본다면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 회화의 한 분야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작가 스스로 그린 자화상은 예술적인 시도로도 가치를 지녔지만 과거에는 사진에 의해 남겨지는 초상이 없었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 것도 일반적이었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 우리 모습을 남기듯 과거엔 초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자신이 모습을 후대에 전한 것이다.

초상화가 놓여진 화가의 작업실 /pixabay
거리의 화가 /pixabay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1887년, 반고흐 미술관
현대의 초상화는 그 성격이 많이 변했다. 모습을 세밀하게 담으려 하기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잡아내 부각시키는 캐리커처가 유행하고 있다. 시대의 모습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모든 예술은 의미를 가진다. 캐리커처 역시 현대에서 그려내는 초상화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초상화는 특히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그만큼 매력적인 예술 분야이며 현대에 와서는 그 가치가 남다르다. 지금은 사진을 통해서 쉽게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초상화를 그리려는 시도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그렇기에 더 섬세한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정통 초상화 작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것이다.

초상화 작업 /pixabay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다는 것은 로맨틱한 의미를 담는다. 오랜 시간 바라봐야 하고 작가의 눈에 비친 모델의 모습이 그림 위로 표현된다. 때로는 실물보다 더 나을 수도 있고 실물보다 못할 수도 있다. 작가의 눈에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에 따라 초상화는 묘한 오차 범위를 허용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초상화가 모델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그려진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란 작가의 시선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초상화는 신비하다.


초상화의 의미, 과거와 현대 얼마나 다를까

초상화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엔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후대에 전하기 위한 도구로, 현대엔 보다 적극적인 예술적 의미로 다가온다. 현대의 초상화가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기꺼이 미술 도구를 손에 드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대에는 사진으로 찍으면 그만인 실제 모습에 대해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작가의 의지에 달려있다.

물론 과거의 초상화 역시 예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상화에 대한 예술성은 과거나 현대나 공통분모라 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엔 화가 자신이 자화상을 직접 그렸고 현대에 와서 이를 연구하는 것은 당시의 미술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다면 과거 동양의 초상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동양은 초상화를 그릴 때 단순히 그 사람의 용모를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한 인물이 가진 정신까지도 그림에 투영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우리의 전통 초상화 역시 이 대목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전신사조의 정신을 담아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이성계 초상화, 어용전, 문화재청
전신사조란 인물의 모습을 그릴 때 그 사람의 인격과 내면에 대해서 초상화에 함께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외형적 모습에 집중되어 있는 현대의 사진을 떠올려 보면 전통 초상화가 지닌 가치는 더욱 대단하다. 두 가지 모두 사람의 외형적인 모습을 담는 도구이지만 초상화는 한 인간의 내면을 함께 담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면 전신사조를 이룰 수 있는 미술 기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대 문헌 기록에 따르면 인물의 정신을 그림에 표현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물의 외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다. 그중에서도 눈의 모습, 특히 눈동자에서 인물의 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외에도 전신사조의 기법에는 배경에 특징적인 소재를 함께 그려 넣는 것 등이 있다.

한편, 사진 촬영을 통해 인물의 형상을 담을 수 있는 현대에 초상화를 그리는 목적은 무엇일까. 현대의 초상화는 다양하게 분류가 가능하다. 섬세한 인물 표현을 보여주는 정통 초상화부터 한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 부각해서 그려내는 캐리커처 등 화가들의 기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현대 장소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한 나라의 관광지를 예로 들 수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 나라의 화가들이 직접 그려주는 초상화를 체험해 본다는 것은 색다르면서도 로맨틱한 일이다. 국내에도 캐리커처 작가들이 여행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초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거리의 화가 /pixabay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거리의 화가 /pixabay
캐리커처 작업 /pixabay
현대에 초상화를 남기는 이유는 대부분 추억 기록이나 애정 표현의 일종을 예로 들 수 있다. 여행지에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거리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캐리커처를 맡길 수도 있는데 원하는 그림체의 작가를 찾아 사진과 함께 의뢰를 하는 형식이다. 현대의 초상화는 캐리커처 작업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캐리커처는 짧은 시간 빠르게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캐리커처 작가들은 짧으면 10분, 조금 더 시간이 걸리면 20분 내에 작업을 완료하기도 한다.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순간의 모습을 회화로서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캐리커처를 의뢰하는 금액도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보통 화가의 초상화 작업이 꽤 고가에 거래가 된다면 캐리커처는 이에 비해 경제적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플리마켓 부스나 온라인을 통해 엽서 크기의 작업을 의뢰할 시 제일 저렴한 금액으로 따지면 5천 원 안팎의 금액으로도 캐리커처 초상화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초상화를 가진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행위에 비하면 더욱 희소한 가치를 지닌다. 전문 사진작가에게 초상 사진을 의뢰하는 것도 값진 일이지만 어쩌면 일생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경험은 일부러 시도하지 않는 이상 딱히 없을지도 모른다.

사진이 아닌 작가의 시선을 통해 화폭에 담기는 일이란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특별한 일이다. 정통 초상화가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캐리커처를 의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수공예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화법을 가진 전문 캐리커처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수채화로 그린 캐리커처 /윤미지 기자
드로잉부터 색연필 캐리커처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수채화로 그린 캐리커처도 인기다. 수채화 기법은 한층 더 풍부한 색감과 몽환적인 표현이 가능해서 더 특색 있게 자신의 얼굴을 남길 수 있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는 전문 작가의 초상 사진도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진엔 언제라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자 편리성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그 보편성이 어쩔 땐 특별하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초상화를, 이도 여의치 않다면 내 얼굴이 담긴 캐리커처 한 장을 의뢰해 보는 것은 어떨까. 때로는 희소성의 가치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다.

자료 참고 : 세계미술용어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