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도 하고 육아도 하고...이제는 취미로 사진까지 찍는다는 직장인

29STREET
29STREET2020-03-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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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은 주로 뭐 하면서 시간 보내세요?’ 가볍게 운을 뗄 수 있는 질문이지만 가끔은 이번 주말에 뭐 했지…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다 보면 어느새 월요일을 맞는 일이 익숙하기 때문이죠. 물론 지친 몸을 뉘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나에게 딱 맞는 취미를 찾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강현보 씨는 자신을 “평범한 40대 월급쟁이 직장인”이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강 씨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가 찍은 사진입니다.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던 것이 곧 취미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좋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강현보님 제공=화랑대폐역
Q. 취미로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05년이었습니다. 무엇을 취미로 할까 고민한 것은 아니고 집에 굴러다니던 출처 불명의 오래된 수동식 필름카메라를 손에 들기 시작한 것이 그냥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림이 뭔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봤을 때 전 그림에 소질이 전혀 없어요. 뭔가를 그려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사진은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Q. 어떤 사진을 찍는 것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일출이나 일몰 같은 풍경 사진도 찍고 가족들의 인물사진도 찍고 일상생활에서 스냅사진도 찍지만 뭘 찍든 간에 보는 사람에게 뭔가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강현보님 제공=문에어
강현보 씨가 찍는 사진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달 안으로 쏙 들어간 비행기, 바로 문에어(Moon Air) 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중간 지점에 사는 강 씨는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와 친숙했습니다. 강 씨는 우연히 차창 밖으로 비행기 한 대가 보름달을 관통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몇 달간의 시행착오 끝에 노하우를 갖게 되었습니다.

강현보님 제공=을왕리
Q. 직장과 취미 사진사의 비율을 따지자면 어떻게 균형을 조절하시나요?
중간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 거죠. 나 좋자고 사진만 찍으러 다닐 수는 없잖아요. 아내, 그리고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내 취미보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책임이 더 중요할 거예요. 가족들한테 나의 취미를 인정받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소홀함 없이 하는 것 참 어려운 문제에요. 마음 같아서는 매일 사진만 찍으러 다니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일도 해야 하고 집에 가면 가족들하고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고요. 이 모든 것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현실적 삶이 지속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내 취미를 즐기고 싶은 만큼 가족들에게도 잘해야 하고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모든 일에 적극적이어야 할 테고요.

Q. 취미생활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멀리 사진 찍으러 갈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이나 휴일뿐인데 나서려고 마음먹는 순간 등 뒤가 따가워져요. 바로 같이 사는 식구들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같이 나서기도 하는데 이게 가족과의 여행인지 출사인지 저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래도 다 알면서 속아주는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 잊지 않아야 하는데요. 모든 아빠 사진사의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는 제가 생각해도 제 사진 취미에 대해 상당히 많은 배려를 해줍니다.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섯 살 아들, 한 살 딸이 있는데 아직은 어려서 매번 출사지에 데려가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크면 카메라를 손에 쥐여주고 같이 다니려고 해요. 꿩 먹고 알 먹고죠. 저는 사진 찍어서 좋고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대자연을 마주할 기회니까요.

강현보님 제공=강원도 태기산 은하수
주 5일 직장을 나가고, 주말에 시간을 내 출사를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강 씨는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으러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좋아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돼 있어요. 그게 사진이 됐든 뭐가 됐든요."라고 답했습니다.

Q. 좋은 사진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취미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본인이 찍고 싶은 사진, 본인이 찍어놓고 만족스러운 사진이 좋은 사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그 사진을 통해 뭔가를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무명의 사진사라도 당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사진을 검사받거나 어디 내다 팔 것도 아니고. 대작이 어디 다른 데 있겠습니까? 마음에 품은 그림 한 장 때문에 먼 길 움직여 추위, 더위마다 않고 도전하는 그 자체가 이미 대작이죠. 

Q. 새로운 취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뭔가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사소한 취미에서 시작하더라도 그 시간이 쌓이면 결과는 아마 엄청날 거라고 봐요. 더구나 좋아서 하는 거니까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프로 뺨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강현보님 제공=부여 성흥산성
강 씨는 사진으로 이익을 얻거나 다른 일을 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그는 “사진을 찍을 때,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훌륭한 풍경을 만났을 때 주는 설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하며 설렘과 보람을 취미의 원동력으로 뽑았습니다.

동아닷컴 진묘경 인턴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