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에 청년이 없다? 건축주만 배불리는 청년임대주택

주간동아
주간동아2020-02-26 15: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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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가 없는 것처럼, 청년임대주택에는 청년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청년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 지원했지만 당첨되지 않은 이모 씨(31)의 말입니다.

서울시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자립을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청년주택)을 내놓았지만 보여주기 식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 임대형 청년주택의 경우 이름은 청년주택이지만 실제로 청년이 들어가 사는 비중은 10%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월세는 싸지만 기타 비용을 생각하면 일반 월셋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LH공사 ‘청년임대전세주택’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청년임대전세주택이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LH공사가 전세금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건물주가 이 금액을 반전세처럼 받는 방식입니다. 

- LH공사가 전세금 지원
- 세입자는 월 10만~20만원을 내고 거주 (관리비 별도)
- 건물주들이 이 제도를 꺼림(계약내용을 LH공사에 공개해야 하고, 건물주의 재산 상황까지 알려지기 때문)

건물주들이 청년임대전세주택 동참을 꺼리자 SH공사가 아예 집을 지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통학과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에 집을 지어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SH공사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
임대료 저렴한 청년임대공공주택은 20%에 불과

SH공사의 청년주택은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강변역과 2·6호선 합정역, 5호선 장한평역,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 2019년 12월부터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부터 의아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청년에게 할당된 주택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 특징]
-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
(공공임대: 55% 이하 / 민간임대 특별공급: 85%이하, 일반공급: 95%이하)
- 보증금의 30%까지 무이자 대출
- 무주택자인 청년(만 19~39세) 누구나 지원 가능(자산, 소득기준 없음)

특히 충정로역 인근에는 총 499가구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이 중 임대료가 저렴한 청년공공임대주택으로 할당된 가구는 10%인 49가구였습니다. 여기에 신혼부부 물량을 제외하면 순수 청년공공임대주택은 17가구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강변역은 총 84가구 중 18가구, 합정역은 1121가구 중 199가구, 장한평역은 170가구 중 22가구, 동묘앞역은 238가구 중 31가구로, 전체 청년주택 중 청년공공임대주택은 20%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신혼부부 물량 비율을 감안하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강변역 청년주택. [서울시 제공]
피 터지는 경쟁률… 최고 140대 1 

서울시는 2019년 9월 17~19일 사흘 동안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강변역 주택은 140대 1, 충정로역은 122대 1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빼면 체감 경쟁률은 더 높았어요. 청년임대주택이라면서 정작 청년이 살 수 있는 공간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합니다.”
- 당시 입주에 실패한 직장인 정모 씨(29)

당첨이 돼도 문제였습니다. 보증금 대출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택은 임대사업을 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충정로역 청년주택은 계약 시작 날까지 HUG보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시는 실제 계약이 시작되는 2월 10일에야 보증금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확답했지만 일부 당첨자는 불안감에 입주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우리도 사정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사업자만 잇속을 차리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반 임대는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데다 공공임대 주택은 절반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도 사정은 있습니다. 누구나 탐내는 역세권 입지에 민간자본이 참여해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짓게 하려면 사업자에게도 그만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를 조례에도 명시했습니다. 청년임대주택 사업 참가 업체에게는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용도용적제 배제, 사업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건축업계 관계자들은 토지 용도변경이 큰 특혜라 입을 모읍니다. 용도변경에 따라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관계자는 “용도변경만 잘 해도 토지 가격의 단위가 달라진다. 이 사업 같은 경우 도시관리계획 및 변경자인 시에서 결정한 일이라 가격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에서 서울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0%이고, 민간 임대는 80%에 달한다. 공공이 시행하는 청년임대주택은 시세에 비해 저렴하고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민간 영역의 임대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부담이 크다”
-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서울시는 앞으로 공급되는 청년주택의 가격을 점차 낮춰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방안’에 따르면 SH공사가 건물의 일부를 선매입해 주변 임대료의 절반 정도로 가격을 낮춘 ‘선매입형’과 일부는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하고 나머지 임대료를 낮춘 ‘일부 분양형’ 방식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주간동아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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