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사장님들 눈에 띄고 싶어 머리까지 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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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01 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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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량진 빡빡이입니다!"

김호섭 바다드림 이사(46)는 오전 7시면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으로 출근해 시장 상인들에게 이렇게 인사한다. 김 이사는 노량진 상인들의 눈에 띄고, 친숙해지고 싶어 머리카락까지 밀었다고.

김영선 바다드림 대표(46)는 이런 김 이사의 모습이 그저 부럽다.

"저는 숫기가 없어서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드리거든요. 가끔 시장 멀리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서 보면 김 이사가 저렇게 인사하고 있는 거예요"(김영선)

두 사람은 3년 전만 해도 수산시장과는 먼 생활을 했지만 ‘회이팅’을 운영하면서 ‘도시 어부’가 됐다.

‘회이팅’은 Hwoi(회)와 Eating(식사)의 합성어로 ㈜바다드림(대표 김영선)이 운영하는 수산물 O2O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내역을 바탕으로 매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큰 물고기를 경매로 구매한다. 이후 자체 시설에서 손질해 퀵으로 보낸다. 2~3인분을 주문한 사람도 육질이 좋은 ‘대어’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손질 후 배송까지 약 4시간이 걸리는데 이때가 활어회와 숙성회의 중간 단계인 ‘싱싱회(4~10시간)’가 되는 시간이다. 회에서 ‘이노신산’이 가장 많이 나와 감칠맛이 좋다고.

김영선 대표는 “작은 광어보다 대광어가 맛있는 건 많이들 아실 거다. 그런데 2~3명이 대광어 한 마리를 먹기엔 양이 많다. 그래서 저희는 큰 물고기를 소분해서 보내드린다”라고 설명했다.

가족모임서 회 먹고 배탈... ‘안정성’ 체크할 방법 찾아
김영선 대표.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배달외식업이 호황기라고는 하지만 날생선은 위생이나 신선도에 민감하다. 김 대표도 과거 회를 먹고 심한 배탈이 난 적이 있어 이 부분에 제일 민감하게 대응했다.

김 대표는 “신혼 때 제 생일이라고 장인어른께서 맛있는 회를 사주셨다. 긴장한 탓일 수도 있는데 그날 배탈이 심하게 났다. 이후로 회를 잘 안 먹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회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었던 김 대표가 어떻게 수산업에 뛰어들었을까. 김영선 대표와 김호섭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회이팅’을 차리게 됐나

김영선 : 창업 전 모바일 티머니 관련 회사에 다녔다.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파견을 나갔다가 관계자와 회를 먹는 자리가 있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은 회는 뭔가’ 싶었다. 너무 맛있어서 포장해서 가족들도 먹이고 그랬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하던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아내에게 동의를 구하고 2017년 12월 퇴사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창업을 했다.

갑자기 수산업으로 전향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영선 : 수산업 종사자가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수산물에 대해서 잘 몰랐다. 광어만 알았다. 납작하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여쭈면서 공부했다. 나중에는 노량진 사장님들이 ‘이리 와 공부합시다!’ 하며 알려주시더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호섭 : 아직도 ‘안녕하세요 빡빡이입니다~’라고 인사를 돌면서 많이 배운다. 모르는 생선이 보이면 ‘사장님 이게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다들 알려주신다. 회에 대해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전문가에겐 ‘당연한 얘기’라서 설명을 빠뜨릴 수 있는 부분도 우리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김호섭 이사.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회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했을 것 같다

김영선 : 맞다. 창업 초창기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국내 회 관련 1호 박사인 부경대 조영제 교수를 연결해주셨다. 부산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생선이 어떤 상태가 가장 맛있고 어떻게 보관해야 하고 그런 거에 대해서 계속 가르침을 받았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회를 먹고 배탈이 심하게 났었기 때문에 저처럼 회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가 신선한 상태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인하대 전태준 교수님을 만나 특허를 이전 받아 바이오센서를 만들었다. 이 센서는 회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한다.

동갑내기 직장 동료에서 창업 파트너로
김영선 대표와 김호섭 이사는 동갑내기 직장 동료 출신이다. 10여 년 전 한 온라인결제대행업체에서 인연이 됐다. 둘은 “지금 이렇게 앉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서로 싫어했다”면서 좋은 창업 파트너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됐나
김호섭 : 저는 일찍 직장생활을 그만하고 2011년부터 여러 창업을 했다. 그러다 김영선 대표가 저에게 손을 뻗어줬다. (제안받기 전에) 노량진으로 김대표를 만나러 왔다가 회를 먹었는데 맛있더라. 파는 물건이 좋은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 마침 혼자 창업을 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시기라 그 손을 덥석 잡았다.

이전과 다르게(?) 지금은 좋은 파트너가 됐다

김영선 : 김호섭 이사가 합류하기 전에 혼자 모든 걸 하기엔 모르는 게 많았다. 근데 김 이사는 창업 경험이 6~7년 있으니까 노하우가 분명 있더라. 성향도 다르다. 김 이사는 외향적이고 추진력이 강한데 저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 좋다.

직장인 시절과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김영선 : 이전에는 제 직무인 ‘제휴’만 하면 됐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는 게 다르다. 또 직장인 시절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돼?”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응 그렇게까지 해야지” 이렇게 바뀌었다.

김호섭 : (김 대표가 해달라는 일을) 안 하면 제 이름을 부른다.

김영선 : 그래도 안 되면 ‘빡빡아! 좀 하자!’ 이런다.(웃음)

직장인 시절 ‘제휴 경력’ 도움 돼... 성과는?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김 대표는 과거 제휴 담당자 경력을 살려 맘카페, 편의점 등과 손을 잡았다. 최근에는 세븐일레븐에서도 회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접근성을 높였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
김영선 : 칭찬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리뷰를 보고 힘을 얻는다. 시골 부모님께도 보내드리고 싶다는 내용이나, 언제는 맛있고 언제는 맛없는 게 아니라 항상 맛있어서 좋다는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나
김영선 : 지금 창업 3년 차인데 하루하루 숙제들을 해결하는 게 너무 재밌다. 흑자가 난 달이 있지만 신생 스타트업이기에 아직 누적 손익분기점을 넘기진 못했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면서 생활하고 있다.

매출이 궁금하다
김영선 : 기존 업체에 비해서는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 창피해서 말씀은 안 드리지만 스타트업 치고는 깜짝 놀랄만한 매출을 보이고는 있다. (기자 : 대략이라도 궁금하다) 곧 월 1억에 육박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김호섭 :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얼마 전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지금 만 원 할인쿠폰을 드리는 이벤트도 하고 있는데 많이 받아주시면 좋겠다. 앱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이 맛있는 회를 더 많은 분들이 집에서 편하게 드셨으면 좋겠다. 

김영선 :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센서를 본격 상용화하려고 한다. 집에서도 안전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