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피우며 하루의 고단함 힐링하는 사람들

동아일보
동아일보2020-02-04 16: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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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피운다’는 말을 들으면 절, 제사, 요가, 명상 같은 단어가 함께 떠오르는데요. 최근 일상생활에서도 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향을 피워 놓은 의류 편집매장이나 술집도 심심치 않게 눈에 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 중인 향 제품은 나무 향의 일종인 백단향, 장미향, 숲 향 등 500종류가 넘습니다. 인도나 중국에서처럼 젓가락보다 가느다란 대나무 막대에 향 반죽을 입혀 태우는 방식과 한국이나 일본처럼 막대기 모양의 향 반죽 전체를 태우는 방식이 있습니다. 지름 1mm, 길이 14~20cm의 향 하나를 태우는 데는 20~30분 정도 걸립니다.

절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 접했던 향(인센스)을 일상에서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향꽂이 같은 관련 제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사진은 미국 기업 시나몬프로젝트의 향꽂이. 시나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캡처
직장인 안형민(25)씨도 요즘 들어 향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안 씨는 동아일보에 “술집에 갔다가 인센스(향)을 피워 놓은 걸 보고 좋아하게 됐다. 퇴근 후 집에 인센스를 20~30분 피워 놓으면 심신이 안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향 제품을 판매하는 김영환 ‘Four20’ 대표(39)는 “향초나 디퓨저(향이 나는 액체를 담은 용기에 나무빨대 등을 꽂아 사용하는 제품) 같은 방향제보다 깊고 은은한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 같다”며 “고객 연령대가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앞으로 해외 발주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OIMU)는 향방과 협업해 백단, 귤피, 개암, 무화과 등 다양한 향기를 담은 선향을 출시했습니다. 캔들 부티크 프리드(FREED)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향기를 발향하는 인센스 스틱을 내놓았는데요. 바질, 펜넬, 레몬그라스, 유자 등 여덟 가지 향이 사찰을 연상시키는 후박나무 향기와 어우러졌습니다.

경기 이천시에서 향 생산공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성현 인센스월드 대표(33)는 “20, 30대가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한 물량이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증가하는 선호도를 반영해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들이 천연재료를 반죽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뿐만 아니라 향꽂이(인센스 스탠드)도 인기입니다. 스틱형 향을 태우는 동안 떨어지는 재를 받아 모으는 향꽂이는 디자인이 다양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도자기, 나무, 유리, 금속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만들어진 향꽂이는 공간에 재미를 불어넣어 줍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향과 향수의 결합 등 후각 관련 상품과 문화가 더 생겨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영 대구한의대 교수는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고 말초적인 감각”이라며 “한국의 힐링 문화도 ‘먹방’ 등 미각 중심에서 짧은 시간에도 오래 각인될 수 있는 후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정리 29STREET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