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휩쓰는 ‘미백’ 유행…”신생아도 화장품 부작용 겪어”

celsetta@donga.com2018-09-06 15: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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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백옥 같이 흰 피부에 삼단처럼 검은 머릿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밝은 상아 색 피부는 예로부터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에도 밝은 피부색을 선망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지난 8월 AFP, 가디언 등 외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011년 조사결과를 인용해 나이지리아 여성의 77%가 피부 미백용 화장품을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에 부는 ‘미백 바람’을 상세히 설명한 의사 이시마 소반데(Isima Sobande·27)씨는 의과 대학생 시절 자녀의 피부색을 밝게 탈색시키려는 부모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소반데 씨는 단지 항간에 떠도는 말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으나 라고스 시 건강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소문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아기가 몸 전체에 화상 같은 상처를 입고 실려왔는데, 원인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미백 크림이었습니다. 아기 어머니는 피부색을 밝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어 버터에 스테로이드 크림을 섞어 아이 몸 전체에 듬뿍 발랐다고 털어놨습니다.

소반데 씨는 “많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피부 탈색’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밝은 피부색이 아름다움과 사회적 성공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이지리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미백’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식민주의의 잔재로 보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프레토리아 대학교 생리학 교수 레스터 데이비즈(Lester Davids)씨는 “기성세대는 크림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 아프리카 젊은이들은 알약이나 주사를 동원해 피부 색을 밝게 만들려고 한다. 문제는 그 약물들이 몸에 축적되면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부유층은 안전성이 보장된 화장품이나 약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크림을 사용해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하이드로퀴논과 스테로이드처럼 용법과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위험한 원료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수은, 납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을 화장품에 넣어 파는 이들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서구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일하는 케냐 출신 모델 아주마 나센야나(Ajuma Nasenyana)씨는 “내가 가진 아름다움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이 평가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아프리카 패션계에서는 피부 색이 밝을수록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진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전체가 미백 유행에 동참한 것은 아닙니다. SNS등에서는 흰 피부 선호 풍조에 대항해 흑인들이 타고 난 피부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운동도 일고 있습니다. 주요 출연진이 전부 흑인이고 아프리카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헐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반데 씨는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졌다”며 “한 번 각인된 흰 피부 선호 풍조를 바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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