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개의 해’ 왔지만…일본에는 ‘개 키우면 안 되는 섬’이 있다

celsetta@donga.com2018-01-09 15: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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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2018년 ‘황금 개의 해’를 맞아 친숙한 동물인 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애견인구가 나날이 늘고 있지만 일본에는 단 한 명의 주민도 개를 키우지 않는 섬이 있습니다. 사가 현 카라츠 시에 있는 카카라(加唐) 섬에서는 ‘절대로’ 개를 키우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카카라 섬은 13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으로 주민들은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섬에는 고양이는 있지만 강아지는 절대로 없으며, 주민들은 입을 모아 “우리 섬에 개는 단 한 마리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1월 3일 서일본신문에 따르면 한 주민은 “개를 키우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평생 카카라 섬에서 산 사카모토 마츠코(88)씨는 “50여 년 전에 ‘개 사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육지에서 섬으로 개를 데려 온 사람이 있었는데 섬 주민 모두 나서서 개를 먹이로 유인한 뒤 잡았다고 합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딸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라서 3개월 정도 길렀지만 결국 개가 자라 짖는 소리가 커지자 섬 밖으로 떠나 보내야 했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섬 바깥에서 온 손님이 잠시 동안 반려견을 데리고 머무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개를 키우는 것을 꺼립니다.

물론 카카라 섬에도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섬 최고령자인 오가타 시게노 씨(90)는 개의 해를 맞아 주민들이 모여 귀여운 강아지 인형을 만들었다며 “살아 있는 개를 키우는 건 안 되지만 인형이라면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섬 사람들이 모두 개를 꺼리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섬 남쪽에 있는 ‘야사카 신사(八坂神社)’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추측만이 있을 뿐입니다. 옛날에 신사에 바쳐진 음식을 개가 먹었다거나 개가 신사의 기둥을 갉고 신주(神主)에 오줌을 누어 섬에서 개를 쫓아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지만 신사지기인 고리 타카오(62)씨 또한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합니다.

개가 단 한 마리도 없는 카카라 섬. 개 대신 고양이가 주민들의 반려동물이 되어 주지만, 개가 없어서 생기는 의외의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산에 사는 멧돼지들의 개체수가 300여 마리로 불어나 사람보다 멧돼지가 더 많을 지경이 되었는데 개가 없다 보니 멧돼지를 쫓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한 주민은 “개가 있다면 멧돼지가 밭으로 내려왔을 때 멍멍 짖어 쫓아내 주겠지만 우리 섬 사람들은 아무도 개를 키울 엄두를 못 낸다. 금기를 어겼다가 만에 하나 섬에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자기 탓으로 몰릴 테니까”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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