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성폭행 피해자, 강제 임신+출산까지…파격 서사 (아너)

홍세영 기자2026-02-27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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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연출 박건호 극본 박가연, 약칭 ‘아너’)의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 속에서도, 감동을 주는 관계가 있다. 바로 로펌 L&J(Listen & Join) 변호사 3인방 윤라영(이나영 분), 강신재(정은채 분), 황현진(이청아 분)의 지독하리만큼 끈끈한 우정이다. 불법 성매매 앱 ‘커넥트인’을 추적하는 여정을 함께하며, 고난과 역경이 쉴 새 없이 닥치는 와중에도 굳건한 정서적 연결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제작진이 이들 우정 서사를 되짚었다.

사진=ENA


#. 트라우마 고백 불사, 대외 메신저로 앞장서는 윤라영

제작진에 따르면 세 친구를 운명 공동체로 묶은 20년 전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윤라영이었다. 남자친구였던 박제열(서현우 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태어난 딸까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20년간 꺼내지 못했던 깊은 상처를 과감하게 공개했다. 전 국민이 자신을 영원한 피해자로 인식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커넥트인’을 세상에 드러내 자신과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아야 했다. 그 결단이 가능했던 이유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신재와 황현진은 그날의 진실을 함께 알고 있는, 그리고 부서지고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워준 친구들이었다. 결국 윤라영은 가해자 박제열과의 소름 돋는 정면 대치와 생방송 파격 고백까지 감수하며 피해자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 장면은 한 사람의 폭로가 아니라, 세 사람이 함께 떠안은 과거를 세상 위로 올린 순간이었다. 윤라영의 고백 이후 ‘커넥트인’ 피해자들이 L&J로 모이기 시작했다. 개인의 상처가 집단의 목소리로 확장된 것이다. 그 시작점에는 20년을 버텨낸 친구들의 우정이 있었다.

#. L&J 독립 위해 세번째 결혼 결단 내린 강신재

강신재는 언제나 기대어 쉴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뒷받침을 해주는 든든한 언덕 같은 존재다. ‘커넥트인’을 취재했던 기자 이준혁(이충주)도, 피해자 조유정(박제현)도 잇달아 죽임을 당했고, L&J 3인방을 향한 위협도 거세지고 있을 때, 강신재는 친구들에게 “계속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멈출 수 없다”였다. 이에 강신재는 뒤는 자신이 감당하겠다며, 친구들의 선택을 지지했다. 그리고는 해일로 돌아오라는 모친 성태임(김미숙)의 예산 압박 속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한다’는 L&J의 의미를 지키며 독립하기 위해 세 번째 결혼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강신재가 우선순위로 둔 것은 자신의 감정보다 동료와 L&J, 그리고 여성범죄 피해자들이 기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략적 결혼이 옳은 선택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세 변호사와 이 피해자들의 공간이 무너지지 않게, 강신재가 조용히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사진=ENA


#. 20년 전 친구들 구한 황현진, 남편에게도 지켜온 비밀

가장 활발한 에너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황현진은 세 친구 중 가장 버겁게 비밀을 견뎌왔다. 20년 전 목숨을 위협받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정당방위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살인 미수죄를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혼자 겪은 일이 아니었기에, 나만의 상처가 아닌 일을 함부로 전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협박과 파경 위기 속에서도 남편 구선규(최영준)에게 끝까지 함구했다. “이젠 말해도 된다”는 윤라영의 조언에, 남편에게 털어놓은 것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커넥트인’ 추적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시간을 돌려도 나는 똑같이 널 구하러 갈 것”이라고 윤라영을 위로하던 한 마디는 계산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황현진의 우정을 압축한다.

이 세 친구의 우정과 연대는 결국 큰 파도가 됐다. 근조 화환만 쌓였던 L&J 사무실엔 이전 의뢰인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응원 꽃바구니로 채워졌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커넥트인’ 피해자들은 하나 둘 L&J 사무실 문턱을 넘었다. 혼자서는 꺼내기 어려웠던 진술이 함께였기에 가능했고, 법정에선 더 확고한 증언이 될 것이다. ‘아너’는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험로를 건너온 세 친구의 우정의 기록, 악에 맞서 진실을 좇는 세 변호사의 뜨거운 투쟁, 그리고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어두운 과거에 부셔져도 무너지지 않는 피해자들의 연대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너’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KT 지니 TV와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