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상암 인터뷰] 2만여 홈팬들의 거센 야유 이겨내고 포항 대파한 김기동 서울 감독, “야유는 내가 감내할 부분…팬들의 감정 충분히 이해”

남장현 기자yoshike3@donga.com2025-06-29 21:32:35

김기동 서울 감독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K리그1 홈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이날 2만여 홈관중은 기성용을 포항으로 이적시킨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야유로 표출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4-1로 격파했다. 1골·1도움을 올린 주장 제시 린가드의 활약과 외국인 공격 삼총사 루카스, 둑스, 클리말라의 릴레이포를 묶어 완벽한 승리를 연출했다.
특히 서울이 홈에서 승리한 것은 3월 29일 대구FC와 정규리그 6라운드(3-2 승) 이후 정확히 3개월 만으로 7승9무5패, 승점 30을 쌓아 최근까지 클럽월드컵에 참가했던 울산 HD(승점 29)를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고, 중원의 핵 오베르단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려 뜻하지 않은 대패를 당한 포항은 종전 4위는 유지했으나 승점 32에 묶이면서 험난한 후반기 레이스를 예고했다.
역시나 그라운드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장외에선 한 팬이 주도한 ‘구단 장례식’ 퍼포먼스가 진행됐고, 항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시위와 거센 야유가 계속됐다. 홈 평균관중(2만7000여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2만여 팬들은 틈날 때마다 “김기동 나가”를 외치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를 앞두고 “부임하면서 팬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는데 모두를 힘들게 한 부분이 미안할 따름이다. 서울에 대한 내 진심을 믿어달라”는 짧은 메시지로 응원을 당부했던 김 감독은 “(팬들의 야유는)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격앙된 팬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좋아하는 선수가 팀을 떠나는 상황에 대한 팬들의 아쉬운 감정이다. 이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동요를 막은 김 감독은 서울이 기성용 이전에도 박주영(울산 코치), 이청용(울산), 고요한(오산고 코치) 등 레전드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려운 문제다. 서로의 방향이 다르고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모든 결정,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나 역시 포항에서 은퇴할 때 여러 선택지를 놓고 최종 결정을 직접 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이 없는 ‘기성용 더비’에서 완패해 고개를 숙인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쩌면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포항의 팀 컬러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기성용의 영입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뒤 “퇴장 상황에선 어떤 전술 전략도 무용지물”이라며 패배를 담담하게 인정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