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담으로 재구성한 10·15 평양 남북전
 기자shutout@donga.com2019-10-16 16:45:00
사진출처|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트위터 영상 캡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0-0으로 비긴 가운데 생중계는 물론이고 관중과 취재진이 없던 이날 경기의 뒷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했던 매치의 실체를 먼저 알린 이는 평양 주재 외국대사의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요아킴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였다. 이날 남북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베리스트룀 대사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영상을 게재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이 궁금해한 장면들이 여럿 담겨 있었다.
일촉즉발 충돌 상황도 공개됐다. 경기 당일 한국 취재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관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전달한 내용으로만 남북전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경기 도중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였다는 사실도 넘겨받았지만 충돌의 정도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베리스트룀 대사가 올린 영상에선 남북 선수들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뒤엉켜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다행히 심판진의 중재로 충돌은 오래 가지 않았지만, 팽팽했던 기 싸움이 간접적으로나마 감지됐다. 북한 코치진이 선수단의 흥분을 자제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전부를 관전한 베리스트룀 대사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는 아무도 없네”라며 무관중 속에서 펼쳐진 황당무계한 경기를 비꼬기도 했다.
경기 당일 평양으로 날아간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도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를 통해 목격담을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역사적인 경기였던 만큼 경기장이 가득 차길 기대했지만 관중이 없어 실망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한순간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하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북한축구협회에 제기했고, 축구가 북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