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컷] 이순재 아내공개…‘인간극장’ 측 “연기 인생 63년 회고”

홍세영 기자2019-01-04 17:30:00
공유하기 닫기

이순재 아내공개…‘인간극장’ 측 “연기 인생 63년 회고”

배우 이순재(85)의 일상이 공개된다.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순재는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배우’로 통한다. 그는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에 이어 ‘인간극장’ 신년특집 ‘삶이 무어냐고 묻거든’ 두 번째 편의 주인공이다. ‘인간극장’을 통해 63년 연기 인생을 회고한다.

이순재의 오랜 연기 인생이 시작된 건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이었다. 당시 다양한 예술영화를 접하던 중 ‘햄릿’을 본 순간,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지금이야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당시 배우란 ‘딴따라’, 열의 아홉은 반대하던 직업이었다. 하지만 ‘연기도 곧 예술’이라는 확신으로 이순재는 연극 ‘지평선 너머’(1956)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무대에서 온갖 배역을 섭렵, 연기실력을 다져나갔고, 1964년 TBC(현 KBS 2TV) 방송국이 생기며 드라마까지 발을 넓혔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는 소위 반짝이는 ‘스타’는 아니었다. 묵묵히 해오던 연기가 전환점을 맞은 건 1991년 김수현 작가를 만나면서였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대발이 아버지’로 비로소 돈을 벌어오는 가장이 됐다. 이후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국민 아버지에서 ‘야동 순재’로 대변신해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순재를 아직도 ‘야동’이라 부른다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최희정(79) 씨다. 1966년에 결혼해 50년 넘게 남편의 그림자로 철저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내. ‘인간극장’에 최초로 매력을 발산하며 등장했다. 그녀가 생생하게 전해주는 배우 이순재, 남편 이순재의 이야기했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와 촉망받는 무용가였지만 ‘이순재의 그녀’로 살게 된 이유는 바로 러브레터였다고.

또한,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애인이 행여 해외에 눌러앉지 않을까 노심초사 편지를 썼다는 노총각 배우 이순재였다는 설명이다. 그때의 정성이 평생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살게 한 힘이었다고 최희정 씨는 말했다. 그런데도 연기밖에 몰랐던 남편을 대신해 아내는 5년 만에 얻은 아들의 돌 반지를 팔아 두 평짜리 만둣집을 열고  배달까지 직접 했다. 연기에 미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온 최희정 씨. 지금도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함께 대본을 연구하며 의상, 발음, 표정까지도 꼼꼼히 체크 한다는데. 미국에 있는 손자들을 보고 한 달 만에 돌아온다. 그리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극이 있던 날, 마지막까지 객석을 떠나지 못한다. 이유가 뭘까.

그런 가운데 이순재는 이제 어느 현장에서도 최고참 배우다. 손숙, 나문희, 고두심, 정보석, 최수종, 유연석까지 작품을 함께 한 동료, 후배들은 입 모아 그를 “롤모델이자 한결같은 분”이라 말한다. 여든다섯, 이제는 여유를 부려도 될법한데 일정만 있다 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지키고, 늘 대본에 시선 집중, 차로 이동하는 순간까지 대본을 놓지 않는다고.

또 늦은 밤에야 끝난 일정에도 이순재가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대학교였다.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21년째 교수 생활을 해왔다는 이순재.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대사와 격한 동작까지 직접 시범을 보이니 그 열정을 본받아 제자들도 일취월장한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이순재는 소위 ‘나이부심’이란 것도 없는 대선배로도 통한다. 여든다섯과 이십 대의 만남, 제작진이 두 달여간 밀착 촬영을 해봤지만 손주뻘 되는 제자들과 분식집에도 가고 옛날 첫사랑 이야기도 나누는 등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스승님이었다. 며칠 뒤면 한 학기 동안 준비해온 연극 ‘갈매기’의 막이 오른다. 분장, 의상, 무대까지 연극의 모든 곳에 손길을 주는 이순재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연기만 생각하며 달려온다. “그래, 한번 해봐. 덤벼들면 되는 거야”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이순재는 6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런 이순재의 연기 인생을 ‘인간극장’이 되돌아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