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투약 1회 750만원” 손주 위해 매일 화장하는 할아버지

송치훈 기자sch53@donga.com2026-06-29 23:11:00

사진=더우인·SCMP
2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사는 주윈창 씨(75)는 희귀 유전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9살 손자 차오징옌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 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주 씨는 낮에는 손자를 돌보고 밤에는 자정이 넘도록 화장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한다. 방송에서는 얼굴에 서툴게 화장을 하거나 다른 뷰티 인플루언서들처럼 팔에 립스틱을 발라 색상을 비교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의 아내는 매일 늦은 밤까지 곁을 지키며 함께 방송을 돕고 있다.
큰 충격을 받은 딸 주웨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주 씨는 손자를 직접 돌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손자의 할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외동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가족 전체가 무너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지역 어린이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다른 환자의 보호자인 것처럼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마사지 기술을 익혔다. 지금도 매일 손자의 재활 마사지를 직접 하고 있으며, 몸이 아플 때조차 감염을 막기 위해 여러 겹의 마스크를 쓴 채 마사지를 이어갔다.
징옌의 치료에는 SMA 치료제인 ‘누시네르센’이 사용된다. 이 약은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서 처음 허가됐을 당시에는 1회 투약 비용이 70만 위안(약 1억 5895만 원)에 달했고 연간 두 차례 투약이 필요했다.
주 씨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후 2021년부터 해당 치료제가 중국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환자 부담금은 1회 약 3만3000위안(약 75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주 씨의 딸은 “아버지는 언제나 등에 슈퍼 엔진을 단 사람 같다. 슈퍼맨이자 최고의 아버지, 최고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 같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상 어떤 관계보다 가족의 사랑이 가장 소중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