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패스”…암컷 돌고래가 ‘싫은 수컷’ 거르는 방법

최강주 기자2026-06-18 15: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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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샤크베이의 암컷 남방큰돌고래들이 수컷 돌고래의 고유 음성 신호를 식별해 강압적인 개체를 기피하는 행동이 포착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컷 남방큰돌고래가 강압적인 구애 행동을 보인 특정 수컷의 고유한 목소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암컷 돌고래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수컷의 ‘시그니처 휘파람’을 식별하고 위험한 상대를 회피하는 고도의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 암컷 돌고래는 어떻게 특정 수컷을 기억했나

영국 브리스틀 대학교 국제 연구팀은 호주 서부 샤크베이에 서식하는 인도태평양 남방큰돌고래 집단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 돌고래는 수컷마다 다른 고유의 음성 신호인 ‘시그니처 휘파람’을 식별한 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미리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7마리의 암컷 돌고래를 대상으로 34회에 걸친 음향 재생 실험을 진행하고 드론을 활용해 행동 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 결과 가임기 상태의 암컷 돌고래는 평소 구애 행동이 지나치게 강압적이거나 공격적이었던 수컷의 음성 신호가 들렸을 때 매우 강력한 기피 반응을 보이며 신속하게 자리를 피했다. 

이는 암컷 돌고래가 개별 수컷의 행동 특성을 오랜 기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고도의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남방큰돌고래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자간 동맹을 맺고 경쟁하는데, 암컷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위협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수컷의 목소리를 식별해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동물이 개별 식별 신호를 이용해 위험을 줄이고 스스로 번식 관계를 조절하는 정교한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