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딘가 딸의 흔적 남길…” 9개월 아기천사 장기기증

황지혜 기자hwangjh@donga.com2026-05-27 13:39:53

태어난 지 9개월 된 장소민 양이 환자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7일 생후 9개월 된 장소민 양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장 양은 지난 4월 19일 고열 증세로 소아과를 찾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이후 여러 병원을 거쳐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장 양의 간과 신장, 소장은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 3명에게 기증됐다. 어머니 박모 씨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보다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짧은 생의 마지막에 베풂을 전하고 떠난 장 양은 지난해 7월 2.5kg의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9개월이 됐을 때에도 몸무게가 7kg 대에 머무는 등 발달 속도가 느린 탓에 박 씨는 식사와 영양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왔다. 예방접종 역시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하지만 올봄 벚꽃 구경을 마지막 추억으로, 첫 돌을 두 달 앞둔 아기 천사는 가족들과 갑작스런 작별을 했다. 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박 씨는 미안한 마음에 ‘다음 생에 다시 내 딸로 태어나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박 씨는 “남편은 소민이 또래의 아기만 봐도 눈물을 흘린다”며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오래 함께해 주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딸이든 상관없으니 다음 생에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장 양의 장기를 기증 받은 수혜자에게도 “더는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