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한국, 이란 변수에도 수출 견조”…40% 급증 주목

최현정 기자2026-03-23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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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로 한국의 전체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가운데, 고유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향후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관세청 자료를 인용해 이달 1~20일 기준 한국의 수출이 조업일수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기준으로는 증가율이 5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9.7% 늘었으며, 무역수지는 12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를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164%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수요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동차(11%), 석유제품(49%), 철강 등 주요 품목도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 반도체가 끌고, 고유가가 누른다…엇갈린 신호

겉으로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란 관련 충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자재 비용이 급등하고, 물류 차질과 공급망 불안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이러한 충격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며 지표를 끌어올렸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과 제조업 채산성 악화 우려는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지표와 내실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화 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는 3%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기존 전망 수정 필요성이 언급됐다. 물가는 상방 압력이 커진 반면 성장에는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창용 총재의 후임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출신 인사가 내정된 가운데, 신임 총재가 취임 직후 고물가와 금리 결정이라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외 통상 환경도 변수다.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이용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15% 유지와 무역법 301조 조사 등 우회 조치를 검토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수출은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69%, 대미 수출은 57.8% 증가했으며, 유럽연합(EU)과 대만 수출도 각각 6.6%, 80% 늘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통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압박이 한국 경제를 동시에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