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여파에 3억원 전세기 떴다…중동 부자들의 탈출 방식

최현정 기자phoebe@donga.com2026-03-03 14:46:00

두바이 도심 전경. 금융·상업 지구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에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이란 무력 충돌 격화로 두바이를 떠나려는 전세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탈출 비용’이 급등했다. 게티이미지뱅크
3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거주하던 고소득 외국인과 기업가들은 차량으로 약 5시간을 이동해 오만 무스카트 등 인접국 공항으로 향한 뒤 전세기를 이용하고 있다. 국경 통과 대기 시간은 3~4시간 이상으로 늘었다. 비마나 프라이빗 제츠의 아미르 나란 CEO는 유럽행 전세기 가격이 17만5000~23만5000달러(약 2억6000만~3억4000만 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세항공사 에어 차터 서비스의 홍보·광고 담당 매니저 글렌 필립스는 BI와의 인터뷰에서 “수요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항할 의향과 능력을 갖춘 항공기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만 무스카트에서 출발하는 대피 항공편을 다수 마련했으며, 추가 운항도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 하늘길에 붙은 ‘전쟁 비용’
전세기 업체들은 운항 가능한 항공기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수요는 급증했고 공급은 줄었다.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전쟁 위험이 이동 비용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복수의 전세기 운영사 설명을 종합하면 상승 폭은 더 뚜렷하다. 두바이발 유럽행 전세기 비용은 평소 8만~11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번 사태 이후 20만~25만 달러까지 올랐다. 아시아 노선 역시 평소 10만~13만 달러 선에서 형성되던 가격이 23만~28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중동 인접국 단거리 노선은 평소 1만5000~2만5000달러였으나 현재는 8만~12만 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노선에 따라 2배에서 많게는 8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BI가 전한 ‘20만 달러 이상 전세기’ 사례를 평시 시세와 대조한 결과다. 업계는 전쟁 위험 보험료 상승, 항공기 공급 부족, 영공 우회에 따른 연료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두바이로 들어오는 기체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왕복 비용 전체가 탈출 수요에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흔들리는 ‘세이프 헤이븐’ 이미지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금과 인재가 몰린 대표적 금융·거주 허브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산가 유입이 늘었고, 서구 기업인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정착했다. 비교적 안정된 환경과 개방적 규제는 ‘안전 자산 피난처’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영공 제한과 공항 운영 차질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만으로 금융 허브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자본과 인력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동이 막히는 순간, 허브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된다.
● 위기 속 계층 간 이동의 격차
이번 사태는 위기 상황에서 이동의 자유가 균등하지 않다는 점도 보여준다. 전세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장 빠른 경로를 확보하지만, 일반 이용자는 제한된 상업 항공편의 재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부 자산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접국으로 단거리 이동한 뒤 정기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있다. 탈출 경로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모습이다.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부동산 자금 흐름과 역외 금융 자산 이동, 항공·해상 보험료 상승 등 2차 파급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