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앞니 3개 부러지고 피범벅” 韓관광객 日서 집단폭행 당해

최강주 기자gamja822@donga.com2026-02-02 12:05:00

통역 지원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인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으나, 피해자 측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으나, 재외국민 보호의 최전선인 외교부와 영사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일 발생했다. 일본 여행 중이던 A 씨는 동행한 친구가 호텔에서 휴식하는 사이 홀로 산책에 나섰다가 호스이 스스키노역 인근에서 가해자 5명에게 금품을 요구받았다. 이를 거절하자 A 씨는 가해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피범벅이 된 채 인근 음식점으로 대피해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자 제공
안면부를 집중적으로 맞은 A 씨는 하악 앞니 3개가 부러지는 ‘치관 파절(치아 머리 부분이 부러지는 중상)’과 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파손된 휴대폰과 부족한 경비 탓에 귀국했다가 조사를 위해 다시 일본을 방문해야 했다.
● 외교부는 왜 피해자의 절박한 통역 요청을 묵살했나?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이후 재조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시 귀국했던 A 씨는 일본어 불능 상태를 알리며 재조사 시 통역 지원을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A 씨에 따르면 영사관 측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영사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SNS로 소식을 접한 현지 대학교 교수가 자발적으로 도움에 나섰다.

사진=독자제공
이에 대해 외교부는 답변서를 통해 “친구분을 통해 경찰과 의사소통이 가능해, 주재국 경찰에 통역을 제공하도록 강력히 요청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아닷컴 팩트라인팀 취재 결과 해당 지인은 일본어 소통이 서툴렀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사건 초기인 12월 4일 귀국한 상태였다.
● “CCTV 기록 삭제될 때까지 방치” 일본 경찰의 고압 수사
일본 경찰의 수사도 문제였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15일이 지난 뒤에야 CCTV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통상 1~2주로 알려진 저장 기간을 고려할 때, 핵심 증거가 삭제될 가능성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사관과 연락이 닿은 이후 현지 형사는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로 변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형사는 “사건번호 이외의 어떠한 서류도 줄 수 없으니 귀국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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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2차 가해 논란
외교부의 사후 행정은 피해자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건 직후 외교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스키노 지역 유흥가 범죄 피해’ 공지를 올리며, 불건전 유흥업소 방문 사례와 A 씨의 사건을 나란히 배치했다.
치과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A 씨는 “직접 통역을 구하라며 방치하는 국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해외 여행객 3000만 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과 공직자들의 안일한 인식이 제2, 제3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