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소·SNS·시계까지 본다”…에르메스 ‘고객 심사’ 논란

황수영 기자ghkdtndud119@donga.com2026-01-16 11:41:00

서울 시내 한 에르메스 매장 모습. 뉴시스
희소성과 ‘지위’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온 에르메스가 고객의 소비력뿐 아니라 삶의 모습까지 평가해 가방을 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 “롤렉스는 감점, 리차드 밀은 가점?”
보도의 핵심은 ‘진짜 부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직원들은 고객의 집 주소를 검색해 거주 지역의 ‘명망’을 따지고, 소셜미디어 활동과 온라인 평판을 확인한다고 한다. 고객의 말투와 태도, 매너까지 관찰 대상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결국 “돈이 있느냐”보다 “에르메스의 세계관에 부합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한 판매 직원은 글리츠에 “가방을 단기간에 대량 구매하거나 여러 부티크를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고객은 ‘위험 신호’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에르메스 모델을 들고 있으면 ‘진성 고객’으로, 로고가 눈에 띄는 제품만 찾으면 ‘기회주의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전언도 덧붙였다.
착용한 시계마저 평가 요소다. 화려한 롤렉스는 과시적으로 보일 수 있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고, 오데마 피게나 리차드 밀은 긍정적으로 읽힌다는 설명이다.
● ‘팔지 않는 구조’가 만든 희소성

에르메스 매장에 전시된 버킨백. GettyImages
감시는 판매로 끝나지 않는다. 가방을 산 뒤에도 직원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며 재판매 여부를 추적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재판매가 확인될 경우 고객은 즉시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담당 판매 직원 역시 제재 대상이 된다.
버킨백과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희소성 전략 아래 판매되는 제품이다. 가격은 약 1500만 원에서 최대 2억6000만 원에 이르지만, 연간 공급량은 약 12만 개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구매 대기 기간이 통상 2~3년에 달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가방’으로 불린다.
또한 고객은 액세서리·스카프 등 다른 제품 구매를 통해 일정 수준의 이력을 쌓아야 점장의 판단 대상이 되며, 이후에도 구매 여부 외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 “충성 고객도 지친다”
이 같은 구조를 두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글리츠는 지적했다. 일부 충성 고객들에게 버킨백 구매 과정은 더 이상 ‘특권’이 아니라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시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나 대체 명품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면서, 강제된 희소성 전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