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벽화 복원하려다 ‘원숭이 그림‘…스페인 94세 화가 별세

김영호 기자rladudgh2349@donga.com2025-12-31 18:06:00

스페인 보르하 성당의 100년 된 예수 벽화를 복원하려다 ‘원숭이’ 형상으로 그려 화제가 된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94세로 별세했다. 왼쪽부터 원작·복원 전·복원 후 모습. 스페인 보르하 연구센터 제공
30일(현지 시각) 스페인 보르하시의 시장 에두아르도 아릴라는 자신의 SNS에 “친절하고 자애롭던 여성, 히메네스 여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리야 시장은 “전 세계는 그를 ‘에케 호모’ 복원 사건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그전부터 훌륭한 인품을 지닌 소중한 이웃이었다”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94세로 별세한 히메네스의 모습. 보르하의 에케 호모 재단 제공
결국 히메네스가 직접 붓을 들었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린 적은 있지만 복원 작업은 서툴렀다. 결국 벽화는 털이 수북한 정체불명의 얼굴로 변했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퍼져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 외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히메네스는 쏟아지는 비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체중이 17kg이나 빠지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모두가 비웃었지만…관광객 폭증, 마을 살렸다

히메네스가 복원한 그림을 보러 방문한 관광객들. 보르하의 에케 호모 재단 제공
전 세계에서 실물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구 5000명 남짓의 조용했던 시골 마을 보르하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사건 직후 4개월 만에 4만6000여 명이 성당을 찾았고, 지금도 매년 2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수익은 마을 경제를 살리는 기폭제가 됐다. 히메네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노인 복지와 자선 사업에 기부하며 마지막까지 나눔을 실천했다.
한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벽화를 원상태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성당은 현재의 모습을 유리 보호막 속에 보존하기로 했다.
보르하 시청은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을 지극히 사랑했던 상냥한 여인.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