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졸업식 “유학생 없으면 하버드가 아니다” 스티커 착용

조유경 기자2025-05-30 10:21:00

2025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명문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와 압박 속에서 졸업식을 거행했다. 졸업생들과 연사들은 다양성과 진리(Veritas)를 수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29일(현지시간)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캠퍼스에서 졸업생 약 9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74회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생들은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착용하고 가슴과 모자에 흰 꽃을 달아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나타났다. 또한 ‘국제 학생이 없는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입학 제한 정책에 대한 항의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직접적인 정치 언급은 피했지만, “하버드는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라며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2025 하버드대 졸업식.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석 졸업생 토르 라이만은 “우리가 입학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캠퍼스를 떠난다”며, “하버드는 지금 미국 고등교육을 둘러싼 전국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임을 확신하며 이 자리에 선 것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차석 졸업생 아이단 로버트 스컬리는 라틴어로 “권력자도, 군주도 진실을 바꾸거나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2025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출신 졸업생 유롱 지앙은 “하버드에서 ‘세계’ 공동체를 경험했지만, 최근 이런 세계관이 위협받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생각과 정치적 성향, 신앙이 나와 다르면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됐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2025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게티이미지코리아



하버드대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입학 제한 조치와 정부 보조금 중단, 면세지위 박탈 위협 등 각종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학교의 정체성과 권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학생들 때문에 하버드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15%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버드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27.2%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에 외국인 유학생 명단 제출을 요구하며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인지, 매우 극단화된 지역 출신인지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에는 하버드대의 유학생·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종료시켜 외국인 유학생 등록 권한을 박탈했지만, 하버드 측이 즉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본안판결까지는 효력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