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상이 포르노?…美 교장, 학부모 반발로 ‘해고’

이예지 기자2023-03-27 14:02:00
공유하기 닫기

GettyImages

초등학교 수업시간 중 ‘다비드상(像)’을 보여준 학교 교장이 학부모의 반발로 해고됐다고 미국 A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이탈리아 당국과 해당 작품을 보유 중인 박물관은 해고된 교장과 해당 학교 학생, 학부모를 이탈리아로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공립초등학교인 탤러해시(Tallahassee) 클래시컬 스쿨의 호프 카라스퀼라 교장은 지난 17일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르네상스 미술’ 수업 시간에 이탈리아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 ‘다비드상’의 조각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아담의 창조’도 소개됐다.

이후 사실을 알게 된 일부 부모가 불만을 삼으며 문제가 시작됐다. 학부모들은 “누드상이 (수업 때) 공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했다”며 “전신 나체인 이 조각상은 포르노”라고 주장했다. 학교 이사회는 카라스퀼라 교장에게 사임과 해고 중 선택하라고 했다. 이사회 측은 “교칙에 따라 사전에 다비드상을 수업에서 다룬다는 공지를 수업 2주 전에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밝혔다.

카라스퀼라 교장은 “원래 다비드상과 같은 고전예술 작품을 보여줄 때는 사전에 학부모에게 알려주게 돼 있다”며 “알림 메일이 어떤 오류로 인해 학부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카라스퀼라 교장은 재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임하게 됐다.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Tallahassee Classical School).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 홈페이지 갈무리


이탈리아 당국은 이튿날인 26일 언론 보도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평가하며 해고된 카라스퀼라 교장을 피렌체로 초대했다고 밝혔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카라스퀼라 교장에게 피렌체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며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비드를 전시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도 이번 논란에 놀라움을 표했다. 홀베르그 관장은 “문제의 학교 이사회와 학부모, 학생회를 초대해 작품의 ‘순수함’을 보여주겠다”며 “다비드가 포르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다비드상의 성기 부분을 미국의 상징인 ‘엉클 샘’ 캐릭터로 가린 뒤 ‘망신(vergogna)’이라고 적은 만평을 26일자 신문 1면에 싣기도 했다.

‘다비드상’은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가 피렌체 대성당의 의뢰를 받아 1501년부터 1504년까지 제작한 5.17m 크기의 대리석 조각상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다비드·David) 왕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서양 미술사를 다룰 때 자주 거론되는 중요한 조각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