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혼수상태’ 20대 男…생명유지장치 끄자 의식 회복

최재호 기자2023-03-25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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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있던 윈턴 킹. 스터프 유튜브 캡처


뉴질랜드에서 혼수상태에 있던 20대 남성이 생명유지 장치 작동을 멈추자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2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현지 매체인 스터프에 따르면 뉴질랜드 남성 윈턴 킹(29)은 지난해 10월 친구의 약혼식을 끝내고 술집에 갔다가 싸움이 붙어 기습적인 펀치에 머리를 맞고 길바닥에 쓰러지면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이후 의식불명이 된 그는 병원으로 후송된 뒤 생명유지 장치의 도움을 받으며 목숨을 이어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위적 혼수상태로 인한 뇌졸중도 겪었다.

병원에서는 킹이 옛날처럼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복된다 해도 오른쪽 몸을 쓸 수도 없다는 진단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지붕 기술자면서 동네 럭비 클럽의 유망한 럭비 선수일 정도로 건강했던 그가 사실상 식물인간이 되자 가족들은 절망했다.

킹의 어머니와 2명의 누나는 고심 끝에 그의 생명유지장치를 꺼달라고 병원에 요청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누나 엠버 소우먼은 “엄청 힘든 결정이었지만, 생명유지 장치를 끄고 곱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킹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했음에도 자가호흡을 이어 나갔다. 이후 그는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면서 혼수상태에서도 깨어났다. 그는 깨어나서 가족들을 만나 미소를 보였고 몇 주 만에 말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병문안을 온 친구에게 농담을 하기도 했다.

킹은 퇴원한 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친구들이 많다. 너무 많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사람이 병문안을 왔는데 그게 좋다. 사람들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와 누나들이 나를 돌보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냈다”며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킹은 현재 옛날처럼 말을 하고 걷는 등 사지가 거의 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사들은 킹의 회복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의 상태를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은 뉴질랜드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학습 자료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거의 다 회복한 윈턴 킹. 스터프 매체 캡처


하지만 킹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는 손상된 시력 때문에 다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게 됐고 기억력도 일관성이 부족하고 일부는 사라졌다.

가족들은 킹의 기억력과 관련해 “아버지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 몇 번씩 설명해주어야만 한다”며 “스마트폰 비밀번호는 기억할 수 있지만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킹 또한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집에서 당구를 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혼수상태에 빠졌을 당시 병실로 슬리핑백과 베개를 들고 찾아와 잠을 자고 갔다고 알려졌다.

누나 소우먼은 “가족들에게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친구들에게는 ‘신의 선물’ 같은 아이였다는데 믿어지지 않는다”며 “비록 폭행 사건에 대한 재판이 남아있지만, 킹은 앞으로 나가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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