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AI 챗봇 답변으로 판결문 썼다”…판사 고백에 ‘발칵’

이예지 기자2023-02-03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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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

콜롬비아의 한 판사가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내놓은 답변을 판결에 활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파딜라 가르시아 판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건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챗GPT를 활용했다”고 고백했다. 판사가 맡았던 사건은 자폐 아이의 부모가 저소득을 이유로 의료비 면제를 청구한 건이다. 판사는 지난달 30일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는 해당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챗GPT에게 “미성년자 자폐증 환자가 치료비를 면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챗GPT는 이에 “그렇다. 콜롬비아의 규정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을 받은 미성년자는 치료비 수수료를 면제받는다”며 “이 혜택은 2015년 법률에 명시돼있다. 일반 시스템으로부터 자원을 받는 모든 공공 또는 민간 보건 서비스 제공 기관에 적용되며 사회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판사는 이 내용을 판결문 작성에 활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헌법재판소의 비슷한 판례를 말해 달라”, “의료비가 국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장벽이 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기자가 직접 챗GPT와 주고받은 대화. 오픈AI(OpenAI) 홈페이지


그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챗GPT가 판결문 작성을 편하게 해줄 순 있지만, 판사를 대체하긴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상당수의 판사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윤리적인 판결문을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안 다비드 구티에레스 콜롬비아 로사리오대 교수이자 인공지능 규제·관리 전문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도 챗GPT에게 판사와 같은 질문들을 해봤지만 다른 답을 받았다”며 “파디야 판사의 판결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인공지능에게 묻는 건 무책임하고 윤리적이지 않다”며 “판결 과정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데이터 검증에 문제가 생기는 등 정확하지 못한 잘못된 판결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판사들은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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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비영리 연구소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채팅 로봇이다. 사용자가 대화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이에 맞춰 대화를 함께 나눈다. 실제 사람에 가까운 상호 작용 능력을 보이며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시밀러웹(SimilerWeb)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약 1300만 명이 챗GPT를 방문했다.

특히 방대한 양의 논문 등을 순식간에 써내는 능력이 실험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챗GPT를 시험이나 과제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뉴욕시(市)의 경우 올해 1월부터 공립 학교 내에서 챗GPT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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