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러주세요” 배달앱 요청 메모에 찾아가 보니…

박태근 기자2022-06-24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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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납치 감금된 여성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요청사항을 남겨 극적으로 구출되는 일이 있었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5시50분(현지시간)경 뉴욕 맨해튼 용커스에 있는 카페 ‘치퍼 트럭’ 직원들은 배달앱 그럽허브를 통해 아침 샌드위치와 소고기 버거를 주문 받았다.

추가 요청 사항에는 “경찰을 불러달라. 경찰들과 함께 배달해 달라. 티 내지 말아 달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직원들은 누군가의 장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데, 주인은 “후회하는 것보단 안전한 것이 낫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오전 6시20분경 배달지인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고 실제로 그곳에는 주문자인 여성 A 씨(24)가 감금돼 있었다.


그를 감금한 사람은 온라인으로 알게 된 남성 케모이 로열(33)이었다. 로열은 몇 달 전 데이팅 앱을 통해 A 씨에게 접근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됐다. 로열은 A 씨를 자신의 아파트로 유인한 뒤 곧 폭력적으로 변했다.

A 씨는 “로열을 만나 그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집에 돌아가려 했는데 그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감금 당시 로열이 빼앗았던 휴대전화를 넘겨주며 음식을 주문하라고 지시하자 A 씨는 기지를 발휘해 배달앱에 구조 요청 메시지를 남겼다.

치퍼트럭 사장인 엘리스 베르메조는 “보통 요청사항에 ‘시럽을 추가해 주세요’ ‘탄산음료를 더 주세요’ 등을 적는데 이번 같은 메시지는 처음”이라며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로열은 2건의 성폭행과 불법 감금, 납치, 흉기 소지 등 27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미 15일 또 다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 된 상태였다. 

배달앱 그럽허브의 에릭 퍼거슨 회장은 카페에 연락해 5000달러(약 650만원)의 감사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럽허브 측은 “간단하지만 특별한 행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놀랐다. 그럽허브가 이 놀라운 이야기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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