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쑥대밭 만들어 복권 훔쳤는데…휴지조각된 이유는?

김소영 기자2021-05-03 22:30:00
공유하기 닫기

복권 뭉치를 훔쳐 달아나는 남성. KCRA 3 뉴스 방송화면 캡처

미국에서 한 상점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복권 뭉치를 싹쓸이한 남성이 훔친 복권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무슨 사연일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KCRA 3 뉴스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플레이서빌에서 19년째 주류점을 운영해온 컬디프 싱 씨는 최근 밤사이 든 도둑 때문에 매장이 난장판이 되는 일을 겪었다.

가게 출입문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고 문틀과 이어진 벽도 깊게 갈라졌다. 싱 씨는 “벽을 수리하는 데만 5000달러(한화 약 561만 원), 문 수리에 4800달러(약 538만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로 작년부터 가게가 어려운 상황인데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CRA 3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매장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인은 빨간색 야구 모자를 쓴 남성이었다. 새벽 3~4시경 커다란 트럭을 전속력으로 몰아 가게 문을 뚫고 들어온 이 남성은 운전석에서 내려 곧장 카운터로 향했다.

자신이 찾는 물건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다른 물건엔 눈길도 주지 않은 이 남성은 카운터 안쪽에서 무엇인가를 정신없이 꺼내기 시작했다.

남자가 노린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복권 뭉치였다. 복권이 가득 든 서랍 6개를 차례로 끄집어낸 남성은 서랍들을 통째로 끌어안고 트럭으로 향했다.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25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남성이 훔쳐 간 복권들은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복권보안법에 따르면, 복권 도난 신고가 접수된 즉시 복권관리위원회 측에서 일련번호를 조회해 해당 복권들은 당첨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합판으로 출입문을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 중인 컬디프 싱 씨. KCRA 3 뉴스 방송화면 캡처


절도범은 어차피 휴지조각이 될 복권을 훔치느라 남의 가게를 폐허로 만든 셈이다. 도난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한 이웃 가게 주인 다니엘 부다 씨는 “이렇게 큰일을 벌여 놓고 왜 쓸모도 없는 복권을 훔쳐 갔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엘도라도 카운티 보안관실은 “범행에 사용된 트럭은 인근 호텔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확인됐다”며 “사건 이후 도로 위에 트럭이 버려진 채 발견돼 절도범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