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아가씨인 줄 아나”…‘캐주얼’ 입은 할머니 조롱한 10대들

celsetta@donga.com 2017-04-18 15:22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그래픽 이미지 
캐주얼 브랜드 옷을 입은 할머니를 가리키며 “자기가 열일곱 처녀인 줄 아나”라고 조롱한 10대들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4월 13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할머니가 손녀 옷 입고 나갔다가 마음만 잔뜩 상해 오셨네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70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글쓴이는 “얼마 전 할머니가 시장 가실 때 쌀쌀하다고 하셔서 갖고 있던 캐주얼 브랜드 옷을 드렸다. 그걸 입고 일 보러 나갔다 오시더니 교복 입은 학생들에게 조롱을 당하셨다”고 적었습니다.

손녀는 “제가 드린 옷을 입고 나갔다 오신 할머니가 ‘이 옷이 애기들 옷이냐? 아니면 옷에 뭐 묻었냐’라고 물으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니라고,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버스 정류장에서 교복 입은 애들이 ‘저 할머니 옷 입은 것 봐’, ‘자기가 아직 열일곱 처녀라도 되는 줄 아나 봐’라며 손가락질하고 낄낄댔다더라”며 할머니가 많이 속상해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할머니는 괜히 손녀 옷 입어서 욕 먹는다며 속이 상해 저녁도 거르셨습니다. 이를 본 손녀는 “할머니들은 다 몸뻬바지, 한복만 입어야 하나. 할머니 옷이라고 법에 정해져 있는 것도 없는데 젊게 입은 게 무슨 잘못인가. 나야말로 괜히 할머니께 옷 드렸다가 속상하시게 만든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슬퍼했습니다.

네티즌들은 “개념 없는 학생들, 가정교육 어떻게 받았는지”, “옷 입는 건 자기 마음이다.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됐지” “할머니가 캐주얼을 입든 미니스커트를 입든 남의 눈치를 왜 봐야 하나”, “그 학생들은 늙으면 365일 몸뻬바지만 입고 다니길”, “내가 봤으면 '젊게 사시는구나, 귀여운 옷 입으셨구나' 했을 텐데 애들이 왜 그리 삐딱한가”라며 학생들을 비난했습니다.

한편 “글쓴이가 할머니께 캐주얼 옷을 드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무리 옷 입는 게 자유라지만 나이에 맞는 차림새라는 게 있다”는 의견도 소수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이런 의견들에 “그렇게 튀는 옷도 아니고 검은색 바탕에 가슴에 조그맣게 하마 캐릭터 그려져 있는 옷이다. 그리고 어떤 옷을 입든 할머니가 조롱당하셔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반박했고 많은 이들이 동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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