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실패한 아내 '대신' 아기 낳은 남편

youjin_lee@donga.com 2017-03-24 22:04
PA Real Life
불임 판정을 받은 아내 대신 아기를 낳은 남편이 있습니다.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는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사는 부부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남편 크리스(Chris Rehs-Dupin·33)와 아내 에이미(Amy·33)는 어린이 영어캠프에서 일하다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크리스의 본래 이름은 여자 이름인 '크리스티나'(Christina)로 그는 트랜스젠더입니다. 하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에이미는 "그의 전부를 사랑한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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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와 에이미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인 2012년 10월에 동성 간에 인정된 혼인 관계(civil partnership)를 맺었고 2013년에는 법률상 부부가 됐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부부는 인공수정인 자궁내수정에 도전했습니다. 익명의 기증자로부터 정자를 구입해 자궁내수정을 다섯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고통받는 에이미를 지켜보며 크리스는 자신이 대신 낳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었던 크리스 역시 임신이 가능한 몸이었죠. 결국 크리스는 수차례의 자궁내수정과 유산을 겪은 끝에 2014년 12월 20일 딸 헤이든(Hayden)을 자연 분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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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에 성공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생각하던 크리스는 임신 후 나타난 신체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얼굴엔 턱수염이 나있었지만 가슴과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그는 혼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는 "임신을 한 뒤 여성의 몸으로 바뀌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진짜 '나'가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정말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후에 임신은 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임신을 겪은 이후 크리스는 더욱더 남자가 되고 싶어졌고 수술을 받아 생물학적으로도 남성이 됐습니다.

이후 에이미 역시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2016년에 제왕절개로 아들 마일로(Milo)를 낳았습니다. 에이미는 "크리스는 임신을 해봤기 때문에 (내가) 임신했을 당시 잘 이해해줬다"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에이미는 "아이를 낳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고 성공했다. 우리 부부에게 2개의 자궁이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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