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청소년 배우들 "어린 나이에 진로 결정, 쉽지만은 않지만…"

celsetta@donga.com 2019-12-27 11:38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며 사는 게 행복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 어려운 질문에 어린 배우들은 어떻게 답했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는 열네 살 동갑내기 안세은, 한혜수 양을 만나 꿈과 진로 선택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드라마, 광고,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초등학생들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린 웹드라마 ‘내 마음의 높은음자리(라우더TV 제작)’에 함께 출연하며 친해졌습니다. 세은 양은 라우더 TV 신작 ‘동그라미 바이러스’ 주연 장도은 역을 맡았습니다. 둘은 함께 연기하는 친구이자 선의의 라이벌이기도 합니다.
촬영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혜수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억지로 꾸며낸 게 아니라 진솔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열심히 배역을 해석해서 그 해석을 연기로 펼치는 게 가장 좋아요.”

세은 “원래 감정기복이 많은 편이라 촬영할 때 힘이 든 적도 있었어요. 촬영장에 수많은 분들이 같이 일하는데 제 기분 때문에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꾸준히 노력해서 지금은 많이 절제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몰입해서 침착하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두 분 다 초등학생의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에 출연했는데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세은 “풋풋하고 예쁘게 사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높은음자리’ 때도 그렇고 이번에 촬영한 ‘동그라미 바이러스’도 그렇고 촬영 자체가 즐거웠어요. 제가 맡은 역할은 동그라미만 보면 재채기가 나는 소녀 '장도은' 역인데요. 도은이 주변을 맴돌면서 도움을 주는 친구 관우와 풋풋한 감정이 생겨나는 이야기예요. 감독님이 아역 주연 웹드라마는 누구에게나 순수하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혜수 “대사 하나하나가 로맨틱한 느낌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높은음자리’나 ‘동그라미’ 모두 동화책이 원작이라 그런지 설레는 묘사나 대사가 많거든요. 상상만 하던 멋진 연애를 건전하고 예쁘게 그려낸 점이 좋았어요.”
학교 생활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둘은 “솔직히 쉽지만은 않지만 주변에서 배려를 많이 해 준다”고 대답했습니다. 주말에는 하루 시간을 내어 연기 학원에 다니고 평일에 촬영이 있을 때는 진로탐색시간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같은 반에 엔터테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 의지가 많이 돼요." (세은)


- 동경하는 사람이나 롤모델이 있나요?

세은 "오랜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데뷔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저력과 ‘연기돌’로 인정받는 옹성우의 재능을 본받고 싶어요. 한번에 반짝 뜨는 ‘라이징 스타’가 아니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실력을 쌓고 싶습니다." 

혜수 "배우 이시언이 가진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매력이 멋있어 보여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때 보여 준 여유로운 모습과 아티스트 마인드가 근사해 보였어요." 
연기자의 길을 걷기 잘 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세은 “친구들이 제가 나온 드라마 봤다고 얘기해 줄 때요. 또 아빠가 회사 가셔서 ‘우리 딸 나왔다’고 자랑하셨다는 얘기 들을 때도 뿌듯해요.”

혜수 “부모님이 좋아하실 때요. 사실 어릴 적부터 사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님께 조르지 않고 이게 진짜 내게 필요한 건지 일단 한번 더 생각을 해 보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평소에도 엄마 생각을 많이 해요. 저를 지원해주느라 고생하시는데, 제가 나온 작품을 보고 좋아하실 때 저도 즐거워요. 또 보통 사람들은 평생 동안 그리 많은 직업을 체험하지 못 할 텐데 연기를 하면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으니 그것도 재미있고요.”

말간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밝게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진솔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혜수)
“어떤 길을 가든지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가는, 꾸준히 발전하는 배우요.”(세은)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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