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가 ‘웹툰’ 만드는 이유

kimgaong@donga.com 2019-05-12 14:44
6쌍 가운데 1쌍이 이혼하는 시대. 이혼 전문 변호사는 가정법원에 갈 때마다 수많은 모습을 목격한다. 위자료 액수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젊은 부부, 말다툼하다 끝내 배우자를 때리고 마는 남편, 며느리가 바람나 어린아이까지 버리고 떠난 일을 한탄하는 시어머니, 양육권 분쟁으로 한쪽 부모와 생이별하게 된 꼬마의 울부짖음 등.

최유나 변호사(34)는 차가운 법정에서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마주한 가슴 저릿한 단상들을 인스타그램에 만화로 연재하고 있다. 제목은 ‘메리지 레드’. 결혼 생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2018년 9월 첫 만화를 올리고 7개월 만인 4월 중순 100번째 연재물이 올라갔다. 팔로워는 5월 9일 기준 14만6000명을 넘어섰다.
웹툰 만드는 변호사가 된 이유는…
사진 제공 · 최유나
최 변호사는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협회)로부터 이혼 전문 변호사 등록증을 받았다. 이혼소송을 많이 담당한다고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 외에도 이혼 관련 강의나 논문 작성 등 전문성을 쌓아야 협회가 전문 분야로 인정해준다.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혼소송을 전문으로 맡을 생각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개인 간 갈등을 듣고 중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이혼소송에는 그저 법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만큼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바가 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람들이 결혼이나 이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의 사연을 (웹툰으로) 보여주면 위로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계기를 밝혔다.
대부분 소셜미디어에는 결혼생활의 행복한 순간만 공유된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다’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최 변호사는 많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웹툰을 통해 대신 전한다. 내용은 최 변호사가 직접 쓰지만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

웹툰은 의뢰인들이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어 다양한 사건을 섞어 만든다. 또한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대부분 비슷한 갈등을 겪는다.
근래 외도로 이혼하는 사람 많다
최 변호사는 근래에 외도로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고 동향을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남성의 외도가 많았다는데, 지금은 남녀 구분 없이 30, 40대의 외도가 정말 많다. 보통 결혼 전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경우다. 배우자에게 실망하거나 출산, 육아 같은 문제로 다퉈 마음이 멀어졌을 때 과거 연인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SNS 등을 통해 연락하기가 쉬워졌다”라고 말했다.

자녀계획으로 인한 갈등도 적지 않다. 최 변호사는 “최근에는 출산과 육아가 선택사항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결혼 전 자녀계획 이야기를 미리 하지 않아 결혼 후 갈등이 생기는 부부도 많다. ‘왜 진작 말 안 했어. 그럼 너랑 결혼 안 했지’라는 말이 오가고 이혼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적잖다”면서 결혼 전 협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부 사이가 좋았던 순간이 떠오르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여진다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라면서 “배우자와 더 살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대화하는 편이 낫다. 먼저 자신의 상황을 확인하고 변호사를 찾아야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 글은 주간동아 ‘오늘 별일 없었다면 행복한 하루였으리’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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