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Y2K’ 공포, 기억하시나요?

celsetta@donga.com 2019-04-15 16:25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레트로 패션, 레트로 인테리어, 90년대 노래 등 ‘복고’유행을 타고 ‘세기말 감성’이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21세기가 되기 직전인 1990년대 말 전 세계를 휩쓸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세기말 느낌이라고도 하는데요. 막연한 미래라고만 느껴졌던 21세기가 코 앞으로 다가오자 기술발전 등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지만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거라며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Y2K’ 라고 불리던 컴퓨터 오류 걱정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컴퓨터가 1998년을 ‘98년’이라 저장해 두었기 때문에 2000년(00년)이 되면 1900년과 2000년을 구분하지 못 하고 오류를 일으켜 전 세계적 혼돈 상태가 올 거라는 예측이었습니다. Y2K괴담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전산망 마비를 대비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놓거나 더 큰 혼란을 우려하며 아예 지하벙커를 구축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2000년은 별 문제 없이 평화롭게 지나갔지만, ‘지구 종말의 날’등 세기말 예언과 결합된 괴담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최근 피플(People)등 해외 매체들은 Y2K가 지나간 지 20년 넘은 기념(?)으로 과거의 혼란을 되짚어 보았는데요. 1999년 말 뉴욕 데일리 뉴스와 인터뷰한 미국 맨하탄 시민 제이 위슈너(Jay Wishner)씨. 위슈너 씨 가족은 지하 벙커에 쌀과 물, 통조림 등을 저장해 두었다고 말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의 한 교회에서는 Y2K 대책위원회를 꾸려 신도들에게 집에 갖춰야 할 생필품 리스트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Y2K대란으로 인해 약 1000억 달러(약 113조 24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처럼 끔찍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기에 과잉 대응이라 할 만 한 상황이었으나, Y2K 버그에 대처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분야에 투자하고 프로그래머들이 분투한 결과 정보기술분야 고용이 창출되는 등 예상 외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미국 정부는 2017년에야 ‘Y2K 버그 대비’를 공식적으로 종료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연간 1200여 시간씩 들여 작성하던 Y2K 버그 대비 정보 문서화 의무를 2017년 6월이 되어서야 공식 폐지했습니다.

소다 편집팀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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