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때문에 괴롭힘 당하는 학생 보고 긴 머리 싹둑 자른 선생님

celsetta@donga.com 2019-02-21 16:47
사진=People
어린 시절에는 별 것 아닌 일로도 또래 사이에서 놀림감이 되곤 합니다. 유행하는 옷을 갖지 못 했다거나, 심지어 혼자서만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도 말이죠. 어른 눈에는 유치한 감정다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또래 집단에서 소외된다는 사실이 큰 공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왕따 같은 학교폭력도 사소한 놀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닙니다.

놀림 받고 괴로워하는 어린 제자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은 교사 섀넌 그림(Shannon Grimm)씨의 행동이 더욱 돋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 윌리스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그림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인 프리실라 페레즈(Prisilla Perez·5)양이 외모 때문에 놀림 당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어느 날 픽시 컷(앞머리 등 전체적인 머리카락을 매우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교한 페레즈는 순식간에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됐습니다. 아이들은 “남자 같다”, “여자 맞냐”며 페레즈를 조롱했습니다. 밝고 활기 넘치던 페레즈는 급격히 말수가 줄었고 예전처럼 잘 웃지도 않게 됐다고 합니다.

아이의 변화를 눈치챈 선생님은 빠르게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던 그림 씨는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습니다. 페레즈와 똑 같은 픽시 컷이었습니다. 등교하자마자 선생님을 본 페레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사진=페이스북 'Willis Independent School District'
사진=People
“우리 반 학생 중 한 명이 머리카락을 잘랐다가 친구들에게 ‘남자 같다’는 소리를 듣고 우울해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학생들은 제 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슬퍼하면 제 마음도 아프거든요.”

때로는 백 마디 번지르르한 말보다 눈으로 보이는 행동 하나가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곤 합니다. ‘페레즈,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그림 선생님 덕분에 페레즈는 용기를 얻고 다시 기운을 찾았습니다. 선생님과 페레즈의 이야기는 학교 공식 페이스북에 실려 훈훈함을 전했고, 피플(People)인터넷판 등 온라인 매체들의 주목도 받았습니다.

그림 씨는 짧은 머리를 하고 난 뒤 페레즈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 새로운 교육철학까지 생겨났다며 얻은 바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엄마의 짧은 머리를 처음 본 어린 아들이 “엄마, 남자 같아요”라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씨는 “아이들 사이에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성별에 따라 정해진 머리모양은 없으며 누구든 원하는 대로 스스로를 꾸밀 자유가 있다는 것,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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