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크대 교수 "학교에서 중국어 쓰지 마" 인종차별 논란

celsetta@donga.com 2019-01-28 17:1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듀크 대학교 조교수가 학생들에게 ‘교내에서 중국어를 사용하지 마라’는 단체 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생물통계학과 조교수이자 대학원생 관리자인 메건 닐리(Megan Neely)는 1월 26일(현지시간) 오후 대학원 1, 2학년 학생들에게 ‘생각해 볼 점’이라는 메일을 보냈다. 닐리 교수는 메일에서 “오늘 오전 교직원 두 명이 내 사무실을 찾아와 ‘학생 라운지와 공용 학습공간에서 중국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을 봤다’며 이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닐리 교수에 따르면 교직원들은 이후 중요 연구 프로젝트나 인턴십 인터뷰에서 그들을 배제하고 싶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적극 이용하지 않는 데다 공용공간에서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떠드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는 이유였다.

닐리 교수는 이어 국제학생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고 교내 건물 안에서 중국어로 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타국에 와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는 건 이해하지만 하루 24시간 영어를 사용해야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메건 닐리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보낸 메일
메건 닐리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보낸 메일
교수의 메일 내용은 곧바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교내 중국인 학생 커뮤니티는 물론 중국 현지 네티즌들도 거세게 반발하며 닐리 교수가 중국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 특히 서구권 학생들이 모국어로 대화하는 경우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유독 중국 학생들만 지적하는 행위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수업 중에는 당연히 영어로 말해야 하지만 강의실 밖에서까지 학생들의 언어를 제한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학사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닐리 교수의 이메일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네티즌 화시루이(华思睿)씨는 “알고 보니 닐리 교수는 2018년 2월에도 영어만 쓰라는 단체 메일을 돌렸더라. 지적하려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든 부분을 지적해야지 중국어로 말한 것 자체를 지적하는 건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출신이라는 한 유학생 역시 “나도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내가 ‘교내에서 불어로 얘기하지 마라’는 말을 과연 몇 번이나 들었을까?”며 닐리 교수와 교직원들을 풍자했다.

사건이 국제적 관심을 받으며 공론화되자 듀크대학교 측은 28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닐리 교수가 대학원생 관리자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우리 대학은 교실 밖에서 학생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제한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대학교로서 학생들의 언어와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 교실 밖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공정한 기회가 박탈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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