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중 꼭 먹어야 할 음식들

friendssoda 2018-12-08 17:00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탈리아의 소박한 맛

아담한 잔에 담긴 카푸치노와 코르네토. [사진 제공·김민경]

겨울철 별미 ‘초콜라토 칼도’. [사진 제공·김민경]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소란스러움’이다. 유난히 좁은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무리가 적잖다. 그 소란스러움의 중심에는 항상 먹고 마실 것이 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도락 항목으로 피자, 파스타, 젤라토, 에스프레소 등이 손꼽힌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밥처럼 먹는 피자와 파스타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삶에 녹아 있는 소박한 맛도 함께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어디에나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탈리아 맛을 소개한다.

하루에 두어 번은 바에 들러보자. 이탈리아에서는 ‘bar’라고 쓰인 곳이 ‘카페’로 통한다. 바는 커피와 다른 음료,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매할 뿐 아니라 버스 티켓, 담배와 라이터, 복권 등도 팔기 때문에 초미니 잡화점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은 좁고 긴 바에 서서 커피를 주문하고 마신다. 대부분 좌석이 없고, 있다 해도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실 만큼의 공간만 허락된다. 바는 하루 중 출근시간 전이 가장 붐빈다. 아침식사로 카푸치노와 코르네토(cornetto·크루아상)를 먹으려고 모여들기 때문이다.
카푸치노에 코르네토 하나면 아침 끝
코르네토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 코르네토 위에 우박 설탕이나 슈거 파우더를 잔뜩 뿌린 것, 레몬향의 크림을 듬뿍 넣은 것, 오렌지나 살구 잼을 넣은 것, 누텔라(헤이즐넛 초코크림)를 넣은 것 등 다양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림이나 잼이 든 것을 즐겨 먹기에 가장 먼저 동이 난다. 이탈리아 바에서 파는 코르네토는 대부분 우리가 상상하는 크루아상의 식감과 많이 다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크루아상은 겉이 파삭파삭하고 속이 촉촉하며 결이 아주 부드럽다. 이탈리아 코르네토는 다소 단단하고 묵직하며 쫄깃쫄깃하다. 먹는 내내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지는 점은 비슷하지만 코르네토는 목이 메고, 크루아상은 매끈하게 넘어간다. 특유의 소란스러움과 활력이 넘치는 바에서 아침식사로 먹는 카푸치노와 코르네토는 인당 3~5유로면 충분하다. 오후에는 0.8~1.1유로로 맛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끽하고, 밀라노나 토리노 중북부에서 즐기는 겨울 여행이라면 오리지널 초콜릿음료를 추천한다.

저마다 맛이 또렷한 샌드위치들. [사진 제공·김민경]
여행 도중에 요기하기에는 샌드위치만 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의 고유한 풍미가 깃든 다양한 샌드위치가 많다. 올리브 오일과 로즈메리 등의 허브를 넣어 만든 가뿐한 포카치아에 프로슈토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는 꼭 맛봐야 할 기본형에 속한다.

주문하면 파니니 기계에 샌드위치를 넣고 납작하게 눌러 치즈를 녹여 준다. 겉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아진 빵과 햄, 치즈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고소한 맛과 기분 좋은 식감이 한껏 살아난다. 한 입 먹을 때마다 포카치아 겉에 묻은 소금이 톡톡 씹히며 입맛을 더욱 돋운다. 샌드위치 빵은 포카치아 외에도 치아바타, 바게트, 피자 도우, 곡물 빵, 햄버거 빵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속재료의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로 만든 생햄, 훈연한 햄, 살라미, 숙성 햄, 닭고기나 칠면조로 만든 햄, 튀긴 돼지고기나 닭고기, 구운 가지와 호박, 얇게 썬 토마토, 신선한 루콜라, 햇볕에 말린 토마토, 오일에 절인 피망, 돼지기름, 바질 페스토, 올리브 페스토, 머스터드, 다양한 치즈 등을 이것저것 조합해 오만 가지 맛을 만들어낸다. 이탈리아 샌드위치는 종류가 많지만 하나씩 맛보면 단조로운 재료의 조합이 완성해내는 직관적인 매력이 있다. 늘 분주하지만 알맹이가 또렷한 이탈리아 사람들과 닮았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감자튀김 요리들

다양한 종류의 감자튀김 요리. [사진 제공·김민경]
이탈리아는 20개 주로 구성된 국가다. 각 주는 저마다 개성과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음식도 주 경계를 넘어갈 때마다 판이해진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사람 모두가 즐겨 먹는 간식이 하나 있다. 바로 감자칩이다. 어디서든 다양한 브랜드의 감자칩이 크고 작은 봉지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바 또는 레스토랑에서도 음료나 칵테일을 시키면 커다란 볼에 감자칩을 그득 담아준다.

감자튀김도 마찬가지다. 알프스 밑자락에서 시칠리아까지 내려가다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지지만, 감자튀김만은 여전하다. 샌드위치에 넣은 감자튀김, 토르티야에 돌돌 만 감자튀김, 스테이크나 피자 위에 듬뿍 올린 감자튀김 등 메뉴도 무척 다양해 감탄을 쏟아낼 때가 많다. 대부분 냉동제품을 쓰지만 레스토랑에서는 감자를 직접 손질해 튀긴다. 이탈리아 감자는 한국 감자보다 색이 노랗고, 알이 작으며, 고소한 맛이 진하고, 단맛이 은은하게 난다. 즉 튀기거나 바짝 구워 놓으면 정말 맛있다. 메인 요리를 먹을 때 따뜻한 채소와 더불어 감자튀김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솜씨 좋은 주인이 직접 노릇노릇하게 튀겨 주는 감자의 맛을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오렌지색 칵테일 타임은 오후부터 시작된다. [사진 제공·김민경]
이탈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다양한 술을 판매한다. 맥주와 독주, 지역 와인이 매장 한편을 가득 메우고 있다. 휴게소 내 바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즐기는 운전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운전 혹은 업무 중에 가벼운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것이 어느 정도 양해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일하면서 마시는 알코올음료 가운데 으뜸은 오렌지색 칵테일이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오렌지색 리큐어를 따르고, 탄산이 있는 와인이나 진, 토닉워터를 섞어 칵테일을 만든다.

아예 칵테일을 병에 넣어 판매하는 완제품도 있다. 오렌지색 리큐어로는 아페롤, 캄파리 등의 브랜드가 있는데 달달한 향이 진하고 한입 마시면 감기시럽처럼 오묘한 맛이 난다. 낯설지만 반짝거리는 오렌지색과 달콤한 향이 좋아 한두 모금 마시다 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게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저녁식사 전에 의식처럼 치르는 ‘아페리티보’를 보내기에는 이만한 칵테일이 없다. 취하지 않고 배부르지 않으며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개 오후 8시가 넘어야 저녁을 먹는데, 아페리티보는 본격적인 저녁식사를 하기 전 감자칩, 튀긴 올리브, 땅콩, 비스킷, 작은 크기의 브루스케타 등으로 허기를 달래고 입맛을 돋우며 하루의 근황을 주고받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구도심을 관광하다 보면 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이고, 관광지 외에는 다소 한적하다. 해가 지고 나서야 진짜 이탤리언 라이프가 시작된다. 어두운 골목 곳곳에 불이 들어오면 사람이 붐비는 바를 찾아가 아페리티보를 즐겨보자.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배부르면서 거나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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