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낮잠 자는 게 일? 이틀 만에 3300만 원 모였다

celsetta@donga.com 2018-09-28 09:30
사진=Safe Haven Pet Sanctuary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털을 곱게 빗어 주고, 나른해지면 소파에 편하게 누워 함께 낮잠을 자는 ‘일’로 동물 애호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테리 라우어만(Terry Lauerman·75) 씨가 미국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에 자리잡은 세이프 헤이븐 동물보호소에 얼굴 도장을 찍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3월경 갑자기 보호소 문을 슬쩍 열고 들어온 라우어만 할아버지는 자기 집처럼 편하게 자리잡고 앉아 한 손에 빗을 들고 고양이들을 빗질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보호소 설립자 엘리자베스 펠드하우센 씨는 CNN에 “라우어만 씨는 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로 일하다 은퇴하신 분이에요. 자주 와서 고양이를 돌봐 주시기에 ‘우리 보호소 자원봉사자로 정식 등록하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하셨죠. 할아버지는 하루 세 시간 정도 일을 도와주십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양이들이 우리에 갇혀 있지 않고 보호소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분위기가 가정적이라 마음에 들었다는 라우어만 씨. 그가 자원봉사자로서 하는 일은 말 그대로 고양이 돌보기입니다. 원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된 고양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돌보는 것이죠.

사진=Safe Haven Pet Sanctuary
사진=Safe Haven Pet Sanctuary
사람도 고양이도 서로 편안하다 보니 ‘일’하던 도중 낮잠을 자는 일도 흔합니다. 라우어만 씨가 고양이를 품에 안고 낮잠에 빠진 것을 본 보호소 직원은 이 평화로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공식 SNS계정에 공개했습니다.

모두 함께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힐링’하자는 의미로 올린 사진은 예상치 못 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할아버지와 고양이의 포근한 교감을 보고 감동 받은 동물애호가들이 잇달아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3만 달러(약 3300만 원)가 넘는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평상시 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후원금은 한 달에 3~4000달러(약 330~445만 원)라고 합니다. 은퇴 후 소일거리 삼아 보호소 돕기에 나선 할아버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일을 해낸 셈입니다.

펠드하우센 씨는 “라우어만 씨 덕에 후원금이 많이 모여 정말 놀랍습니다. 모인 돈은 고양이 구조, 치료비 지불, 그리고 올 겨울 채비에 쓰려고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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