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색 마트 “돈 낼 수 있는 만큼만 내세요”

celsetta@donga.com 2018-06-20 16:56
THE CANADIAN PRESS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돈을 내고 장 볼 수 있는 마트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들 양심껏 돈을 낼까요, 아니면 물건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고서도 한 푼도 내지 않는 얌체족만 가득할까요?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 ‘사람의 양심을 믿는’ 이색 마트가 실제로 문을 열었습니다. 허프포스트 캐나다판에 따르면 셰프 재거 고든(Jagger Gordon)이 창업한 마트 ‘Feed It Forward’는 누구나 자기가 낼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료품은 물론 빵이나 커피를 살 수 있는 카페도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카페에서도 ‘재량껏’ 결제하면 됩니다.

“멀쩡한 식료품들이 가득 실린 트럭이 매일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어요. 전 그 트럭을 중간에서 납치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료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고든 씨는 아직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식재료들을 ‘구출’하는 게 자기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정말 이런 마트 사업이 망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까요. 궬프대학교 마케팅 전문가 브렌트 맥켄지(Brent McKenzie)씨는 시민들의 이타적인 마음씨가 사업을 지속시켜 줄 거라 전망했습니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간식값을 미리 정해 주지 않고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했을 때 더 많은 모였다는 실험결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트를 연 고든 씨 역시 “전에도 이런 콘셉트 식당을 8개월 간 무사히 운영한 적 있다”며 시민들이 자기보다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기부와 상생을 목표로 삼은 ‘Feed It Forward’ 마트에도 규칙은 있습니다. 우선 한 번에 살 수 있는 음식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고객들은 한 가족이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 혹은 미리 포장돼 있는 분량만큼의 음식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결제할 때도 이름과 연락처, 자기가 가져가는 식료품 목록을 적어야 합니다.

매장 운영비는 모금과 온라인 기부를 통해 모은 돈, 고든 씨가 케이터링 사업으로 번 돈 등으로 충당합니다. 마트에서 팔리는 식품들은 모두 기부 받은 것들이고, 자원봉사자들이 직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고든 씨는 현재 ‘Feed It Forward’를 자선단체로 등록하려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