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 여성, 30년 걸려 두꺼운 화장을 지우다

phoebe@donga.com 2018-03-30 15:45
백반증을 앓고 있는 미국 여성이 30년간 짙은 화장으로 감췄던 본래 얼굴을 드러낼 용기를 냈습니다.

데니스 챔벌레인(Denise Chamberlain‧42)씨는 10살 때 처음 손가락에 난 작은 흰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백반증인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피부에는 작은 백색 반점이 조각조각 나타났습니다. 백반증은 멜라닌 세포 파괴로 피부 색깔이 소실되는 질환을 말합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늘어났습니다. 11살 무렵 수영장에서 “너 무슨 문제 있니?”라는 말을 들은 챔벌레인 씨는 다시는 수영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백색 반점을 지우기 위해 챔벌레인 씨는 어두운 기초화장을 했습니다. 겨우 열 살 나이에 시작한 화장은 마흔 살까지 이어졌습니다.
색소가 떨어져 나간 얼굴을 들키는 게 싫어서 민얼굴론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자살을 고려할 정도로 우울증이 깊어졌죠. 한번 화장을 하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고, 한 달에 약 400달러(한화로 약 42만 원)를 화장품 사는데 지출했습니다. 화장하지 않고 마트에 가보려 했지만, 모두가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공황발작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챔벌레인 씨는 마침내 2년 전, 같은 병을 앓는 소녀들을 위해 짙은 화장을 씻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들과 동호회를 결성한 그는 백반증에 걸린 소녀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다른 회원들의 건의에 페이스북 생방송을 했습니다.

“얘들아, 힘내”라고 말한 챔벌레인은 돌아서서 얼굴에 바른 화장을 모두 씻어 버렸습니다. “내가 돌아왔어. 친구들!”이라고 말했죠. 모두 “와우 데니스”라고 웃었습니다. “저 어린 소녀들을 위해 화장을 지워 내야 했어요!” 챔벌레인 씨가 야후 스타일에 말했습니다.
그 날부터 행복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자신감이 커진 그는 8개월 전 35살 건설노동자 로버트 맥코이 씨와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맥코이 씨는 챔벌레인 씨를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내게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챔벌레인 씨는 백반증 환자 지원을 위한 사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 중입니다. 그리고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도 하나둘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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