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자 ‘썩은 표정’에 SNS 난리 법석…당국, 검열삭제

phoebe@donga.com 2018-03-14 15:48
동료 기자 질문에 대한 량샹이(파란색 옷)의 경멸 섞인 표정이 중국 국영 텔레비전에 잡혔습니다. 유튜브 CCTV
중국 당국자에게 친(親)정부 방송 기자가 던진 지루한 질문을 참지 못한 신문 기자가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국영 텔레비전(CCTV)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대변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인터넷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주째 열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신문 이카이의 량샹이(Liang Xiangyi) 기자가 미국 멀티미디어 TV의 장휘준(Zhang Huijun) 기자의 옆에 서 있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장 기자는 전인대 오전 회의 후 국유 자산 감독 관리위원회 샤오야징 위원장에게 중국 건국 40주년과 개혁이라는 배경 지식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장황하게 질문했습니다.

“국자 자산에 대한 감독 책임의 변화는 보편적인 관심사입니다. 따라서 국유 자산 감독 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신은 2018년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겠습니까? 올해는 개혁 개방 정책 40주년이며, 중국은 외국에 대한 개방성을 더욱 확대할 것입니다… (중략) 국유 기업의 해외 자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 어떤 제도가 도입되었죠? 감독 결과는 어떻습니까. 우리를 위해 요약해 주세요. 고마워요.”

파란색 옷을 입은 량 기자는 장 기자를 쓱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 기자의 질문이 너무 늘어지자 량 기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알을 위로 돌리는 등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바이러스처럼 소셜미디어에 퍼졌습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잘했어요! 우리는 대신해서 눈을 올려주셨군요!”라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이는 “당신의 정직함에 박수를 치고 있다. 그런 질문들은 성가신 것이고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이는 “당신은 전인대가 시작된 이래로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두 기자를 옷 색깔에 따라 구분했습니다. 량 기자는 파란 당을 지지하고, 붉은 옷을 입은 장 기자는 공산당을 지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량 기자의 표정에서 영감을 얻은 애니메이션 파일을 만들었고, 패러디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얼굴을 담은 폰 케이스까지 나왔습니다.
매셔블에 따르면, 같은 신문사 동료 기자는 량 기자에게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왜 그런 표정을 지은거야?”라고 물었습니다. 량 기자의 반응은 “옆에 있던 여자가 바보처럼 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날 저녁 정부 검열관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량 기자의 이름은 웨이보에서 검열삭제 됐고, 그녀의 개인적인 웨이보 페이지는 폐쇄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질문자인 장 기자가 운영 책임자로 있는 미국 멀티미디어 텔레비전은 중국 CCTV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대표 제이슨 퀸은 로스앤젤레스 공자 학회장으로 중국 문화를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중국 정부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 매체는 종종 전인대 회의 기간 기자 회견에서 질문자로 미리 선정됩니다. 장 기자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안이 2표 차이로 전인대를 통과하면서 중국 내 인터넷 검열이 심해졌습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의견 등은 검열관이 개입해 즉시 삭제됐고, ‘곰돌이 푸우’ 등 시 주석을 희화화하는 각종 패러디도 금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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