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호랑이-사자 등장시킨 서커스단, 동물학대 논란

celsetta@donga.com 2017-12-20 16:43
사진=PrimaMedia/The Siberian Times
불룩 나온 뱃살, 축 늘어진 옆구리 가죽. 맹수의 왕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사자와 호랑이들이라기엔 너무나 ‘푸근’한 모습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연상될 정도로 친근한 몸매를 가진 이 맹수들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단’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커스단은 ‘비만 맹수’들의 묘기를 보여주고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합니다.

야생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에 관객들은 친근하고 귀엽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십여 마리 맹수들이 하나같이 비만이 의심될 정도로 살 찐 것을 보고 ‘서커스단이 흥행을 위해 일부러 동물들을 살찌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PrimaMedia/The Siberian Times
서커스단 사육사 비탈리 스몰랴네츠(Vitaly Smolyanets·44)씨는 최근 미러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조명된 동물학대 논란에 맞섰습니다. 그는 “우리 서커스단에서 관리하는 사자와 호랑이들은 비만 상태가 아니며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서 가죽이 늘어지고 나잇살이 찐 것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애호가들은 의혹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동물들을 살찌우려 정크푸드를 먹인 것 아니냐”, “당장 서커스를 그만두게 하고 수의사에게 진찰받아야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아무르호랑이 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세르게이 아라밀레프(Sergey Aramilev)씨는 “사람에게 붙잡혀 우리 속에서 사는 야생동물은 살이 찌게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육사 비탈리 씨는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억지로 먹인 적은 결코 없다. 하루에 한 번 저녁에먹이를 주며, 낮에 공연을 했다면 포상으로 간식을 주는 정도일 뿐”이라며 동물학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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