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호텔에 거래 제안한 것, ‘공짜 방’ 압력 행사한 것 아냐”

celsetta@donga.com 2017-09-11 11:20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요청했다가 구설에 오른 최영미 시인(56)이 “방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내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 살다 죽는 것”이라며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 (도로시 파커가 살았던 뉴욕 호텔의 ‘도로시 파커 스위트’처럼) ”라고 썼다.

최영미 시인은 “호텔 카페에서 주말에 시 낭송도 하고 사람들이 꽤 모일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다가, 오늘 드디어 ○○○호텔에 아래와 같은 이메일 보냈다”며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최영미 시인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뒤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된 후 공짜 객실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최영미 시인은 호텔 측에 추가로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영미 시인은 호텔의 답신을 받고 이날 오후 재차 보낸 메일에 “11월24일부터 기거하고 싶다”며 “방을 구경한 다음에야 값이 정해질 것 같다”고 썼다.

최영미 시인은 온라인에서 벌어진 논란과 자신을 향한 일부 비난에 대해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며 “그리고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엔 홍보해주고 시 낭송 등 서비스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무료투숙(엄밀히 따지면 무료는 아니다) 생각한 것 맞다”며 “‘디스카운트’ 운운한 호텔의 답신을 보고 ‘아 이들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생각해 ‘방값은 방 보고 정하자’는 답신을 호텔에 보낸 것”이라며 “그 때도 내가 홍보해주고 매주 시 낭송하면 한 달 방값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갑질이다 난리칠지 모르니 호텔에 상징적으로 한달에 얼마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았다.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라며 “내가 내 집만 있었더라면 이런 수모 당하지 않는데. 그리고 제가 특급호텔 원했다고 비난하시는데 오래 집 없이 셋방살이 떠돌던 사람이 여름휴가 가서도 좁고 허름한 방에서 자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5월에도 페이스북에 저소득층 대상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된 사실을 공개하며 생활고를 토로한 바 있다.

▼최영미 시인이 9일 오전 올린 페이스북 첫 번째 글▼

요즘 기분 좋았는데, 행복도 잠깐이네요.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만기에 집을 비워 달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금 집도 동네도 맘에 들어, 욕실천장 누수공사도 하고 이것저것 다 내손으로 고치고 손봐서 이제 편안한데, 또 어디로 가야 하나....
이사라면 지긋지긋해요. 제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거 같네요.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 11월 만기일에 짐 빼고 아예 이 나라를 떠날까. 떠나서 지구 어디든 이 한몸 뉘일 곳 없으랴. 심란해 별별 생각 다 들었지만, 병원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을 것같네요. 다시 월세가 싼 고양시로 가? 서울인가 일산인가.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어요.
제 로망이 미국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 (도로시 파커가 살았던 뉴욕 호텔의 '도로시 파커 스위트'처럼)
호텔 카페에서 주말에 시 낭송도 하고 사람들이 꽤 모일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다가, 오늘 드디어 ○○○호텔에 아래와 같은 이메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호텔의 ○○○ 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구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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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
(이 글 보고 '여기 어때' 하면서 장난성 댓글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저 한가한 사람 아녀요.)
사진=동아일보 DB
▼두 번째 페이스북 글▼

강의준비하는데 친구 전화받았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 났다고.
아, 제 뜻을 이렇게 곡해해 받아들이다니.
집주인이 갑자기 방을 빼라 하니 어딜 가나, 막막해 고민하다, 도로시 파커의 생애가 생각나, 나도 그녀처럼 호텔에서 살면 어떨까? 거주지의 또다른 옵션으로 호텔방을 생각해, 한번 이멜 보내본 건데, 그걸 왜곡해 내가 공짜 방을 달라 요청했다고 하니. J 기자님 전화 안 받으시네요. 당장 기사 내려주세요.
그리고 분명히 밝히는데, a호텔에 장기투숙할 생각, 지금 없어요.

▼세 번째 페이스북 글▼

제가 호텔의 답신받고, 인터넷에서 기사 보기 전에 보낸 이멜입니다. 보세요. 제가 공짜로 방 달라하지 않았어요.
-빠른 답변 감사드립니다. 11월 24일부터 기거하고 싶구요. 어떤 방을 제가 주시냐에 따라 방값이 달라지겠지만요.
전 흡연자라서 창문이 딸린 좀 큰 트윈룸을 원해요. ○○○ 방을 구경한 다음에야 값이 정해질 것 같네요. 언제 방 구경시켜 주실래요? 오늘도 가능. 저희 집은 호텔서 가까워요.(크게 뭘 해먹진 않아요. 커피포트와 냉장고 정도) 가능한지

▼네 번째 페이스북 글▼

저는 A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닙니다.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돼요.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평화로운 오후가 구겨져서 참...
그리고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끼도 있었어요.

▼다섯 번째 페이스북 글▼

그런데 이게 뭐 대단한 기사 거린인가. 계속 글이 쏟아지네요. 몇가지 오해가 있어 밝힙니다.
1. 저는 ○○○○ 기사 보고나서, A호텔에 아래에 캡처한 답신 보내지 않았습니다. 기사 첨 본 건 늦은 오후, 5시 경입니다. 강의 준비하느라 친구가 보낸 카톡방 메시지 (문제의 기사 링크 )보지 않자 친구가 전화해, 그제야 뭔일인가 하고 인터넷 들어가 기사 보았어요. 원하신다면 증거로 친구가 제게 기사 보라 글 보낸 시간 적힌 제 휴대전화 카톡 문자 보여드려요. 제 노트북 검사해도 오후 5시까지 문제의 기사에 들어가지 않은 흔적 나올거라 믿어요.

기사와 그 밑의 악성댓글에 놀라서, 오후 5시 지나 제 페북에 처음 저의 입장 밝히는 글 올렸고, 흥분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현명치 못한 태도였고, 기자에게 사과드려요.

2. 네. 첨엔 홍보해주고, 시 낭송 등 서비스 제공하고 그 댓가로 무료투숙 (근데 엄밀히 따지면 무료가 아니지요. ) 생각한 것 맞구요.
'디스카운트' 운운한 호텔의 답신을 보고 아- 이들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생각해 아래 캡처한 답신 호텔에 보냈어요. 방값은 방 보고 정하자구. 그때도 내가 홍보 해주고, 매주 시 낭송하면 한달 방값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했지만, (아 근데 이런 글 쓰는 내가 싫네요.) 그래도 남들이 갑질이다 난리칠지 모르니, 호텔에 상징적으로 한달에 얼마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방 보자 한겁니다.

그런데 지금 다른 매체들이 달려들어, 기사 쏟아내고 전화 오고 밥도 못 먹겟어요.
다들 정신차립시다.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앗어요.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같네요.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 내가 내 집만 있었더라면 이런 수모 당하지 않는데...

그리고 제가 특급호텔 원햇다고 비난하시는데 하나 물어볼게요. 오래 집 없이 셋방살이 떠돌던 사람이 여름휴가 가서도 좁고 허름한 방에서 자야 하나요?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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