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묵힌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 연출 박준화 배희영) 이야기다.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이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다. 로그라인(작품 방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하는 드라마 업계 용어)은 이렇다.
하지만 16일 종영된 ‘21세기 대군부인’은 고증 실패작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직면했다. 작품 초반부터 제기된 고증 실패 서사가 극 후반에 여실히 드러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이에 결국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이 18일 일제히 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먼저 아이유는 1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안녕하세요.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성희주 역할을 맡았던 아이유입니다. 지난 며칠간 많은 시청자께서 남겨주신 말씀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라며 “작품의 주연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큰 실망을 끼친 것 같아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고 지금도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끝까지 작품을 지켜봐 주고 말씀 아끼지 않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비판과 의견들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아이유가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전했다.
변우석 역시 같은 날 인스타그램 계정에 “안녕하세요. 배우 변우석입니다. 주말 동안 행여 저의 말이 또 다른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와 걱정을 했습니다. 작품으로 인해 불편함과 우려를 느끼신 분들께 무거운 마음을 담아 글을 올립니다”라며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습니다. 시청자분의 말씀을 통해 성찰과 반성을 하게 되었고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그동안 ‘21세기 대군부인’과 이안대군을 아껴주시고 조언을 주셨던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눈물을 보였다. 박준화 감독은 인터뷰 도중 눈물에 대해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늘 시청자들이 즐거워해 주시는 게 좋았다. 누군가는 ‘감독님, 이제는 코믹 말고 다른 형태의 드라마를 해보시는 건 어떠냐’고 하셨지만, 코믹으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게 좋았다”라며 “시청자들이 올린 SNS 영상을 봤는데, 한 어르신께서 무도회 장면을 보시며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에서 ‘왜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자 ‘감동적이잖아’라고 하시더라. 너무 흐뭇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 표정이 계속 생각났다. 그분이 끝까지 감동과 유쾌함, 힐링을 느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스스로 미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라고 전했다.
대본을 쓴 유지원 작가도 뒤늦게 입장을 내놨다. 유지원 작가는 19일 오후 ‘21세기 대군부인’ 공식 사이트 시청자 게시판에 “‘21세기 대군부인’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혹여 더 큰 불편을 주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에 말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된 점 또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유지원 작가는 “‘21세기 대군부인’은 가상의 입헌군주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조선 왕실이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상상 아래 우리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이 부족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지원 작가는 “고민의 깊이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합니다. 보내주신 비판과 지적을 마음에 새기고, 작가로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며 반성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이라는 이름으로 사과문도 나왔다.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은 19일 오후 ‘21세기 대군부인’ 공식 사이트 시청자 게시판에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합니다”라며 “본 제작진은 왕의 즉위식에서 왕이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이 우리나라의 자주적 지위를 훼손한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는 본 제작진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입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로맨스물인 동시에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지닌 드라마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라며 “시청자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추후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해당 부분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을 불편하게 한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합니다. 앞으로 본 제작진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시청자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하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사과했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