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걸’은 성공한 CEO 로미가 커리어와 가족 모두를 걸고 청년 인턴과 벌이는 격렬한 불륜을 그린 에로틱 스릴러다.
로미는 오랜 결혼 생활에서 다정하고 배려심 많고 예술에 몰두하는 남편과 살면서도 진정한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자신의 화려한 가면을 유지하려 애쓰던 로미는 인턴 사무엘을 만난 후 순식간에 무너진다.
사무엘은 억눌린 욕망의 감옥 속에서 로미를 구원하고 동시에 괴롭히러 온 천사처럼 다가와, 통제력을 잃고 싶어하는 로미의 욕망을 읽어내 마침내 정성껏 쌓아 올린 표면 너머를 찔러댄다.
영화 ‘베이비걸’은 어릴 적부터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자기 부정과 혐오의 고통에서 벗어나, 비로소 스스로 자각한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시키고 해방감을 느끼는 서사를 담았다. 여성이 성적 욕망을 드러내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풍토에 따라 억압받고 살아온 주인공 로미가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고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동적 여성관에서의 탈피다.
결국 ‘베이비걸’은 로미와 사무엘의 아슬아슬한 플레이에서 스스로의 욕망을 인정하고 자신을 해방시키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레인 감독은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끊임없이 성적 대상화되면서도 결코 주체성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성적모순에 직면한다. 이에 영화 속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모습에서 모순된 형태이긴 해도 정당화와 위안을 찾았다.
니콜 키드먼은 “‘베이비걸’은 사람들에게 ‘불타는 열정과 해방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면서 “욕망과 갈망, 진정한 자아, 비밀, 행동 방식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추천한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