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을 둘러싼 기이한 괴담
제작진에 따르면 ‘휴대폰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찰칵 촬영되는 소리가 났다.’, ‘옷을 갈아입을 때 갑자기 폰 카메라가 셀카모드로 켜졌다.’ 인터넷에 종종 올라오는 휴대폰과 관련된 경험담들은 그저 근거 없이 떠다니는 괴담에 불과한 걸까. 평소 휴대폰 메모장에 자신만의 솔직한 일기를 기록해 왔다는 김지은(가명) 씨. 그런데 지난해 10월 자신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누군가 자신의 일기 내용을 그대로 게시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폰을 분실한 적도 해킹당한 적도 없는데, 이모티콘까지 정확히 일치했다는 게시글. 당황한 그녀가 급히 글을 내려달라고 적었지만, ‘너 지금 다 보이고 다 들리고 있다’라는 섬뜩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공포는 진짜 말로 할 수가 없었어요. 제발 그만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휴대폰에 대고 울면서 빌었어요.” - 제보자 김지은(가명)
●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의 폰으로!
제보자 최선아(가명) 씨를 누군가 스토킹하며 몰래 촬영한 걸까? 그런데 최선아 씨에게 전달된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놀랍게도 그녀의 집 안이었다. 누군가 집밖에서 그녀를 훔쳐보며 촬영한 건 아닌 상황. 게다가 영상에는 그녀가 편한 옷차림으로 부엌, 화장실, 침실 등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누군가 소위 몰래카메라를 집안에 설치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찍힌 영상에는 특이점이 있었다. 피사체가 제대로 담기지 않은 촬영구도라든지, 촬영되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선아 씨의 모습을 봤을 때 해당 영상은 분명 선아 씨의 휴대폰으로 촬영됐다는 것이다.
“자다 일어나서 휴대폰 보는 거부터 해서, 잠옷 입고 돌아다니는 것까지…. 머리가 하얘지고 식은땀 나고 그랬죠…. 도대체 어디까지 봤을까.” - 제보자 최선아(가명)
● 휴대폰 너머 어둠 속 감시자의 정체는?
평소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는 선아 씨는 폰을 잃어버린 적도, 누군가에게 빌려준 적도 없었다고 한다. 또 피싱(Phishing)으로 불리는 ‘낯선 사람의 문자메시지 속 수상한 URL(웹페이지 위치 주소)’에 접속하거나, 모르는 이에게서 온 이메일을 클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휴대폰 속 원격접속 코드는 누가 어떻게 심은 걸까? 전문가와 함께 단서를 찾던 제작진은, 인플루언서인 그녀에게 제품 홍보영상을 제작하자며 SNS 메시지를 보내온 한 수상한 계정을 발견했다. 선아 씨에게 돈을 줄 테니 또 다른 SNS 플랫폼에서 함께 활동하자며 QR코드를 보내온 것인데, 그녀는 평소 이런 제안을 많이 받아온 터라 대수롭지 않게 QR코드를 스캔했다. 그런데 그 QR코드 안에 원격제어 앱이 숨어있었다.
선아 씨 말고도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존재했다. QR코드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고, 선아 씨와 마찬가지로 영상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그들은 대부분 SNS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이들에게 QR코드를 보내 원격제어 앱을 설치한 후,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본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