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남편 백건우 뒤늦게 고백한 이유
배우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로 10년째 투병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0일 딸 진희 씨와 함께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아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고백했다.
백건우는 “아내(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10년쯤 전에 시작됐다. 사람들은 내가 혼자 간호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할 수 있는데 까지 했다. 하지만 본인이 너무 힘들어하더라. 특히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 겉잡지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30분 사이 목적지를 잊고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100여번의 질문을 반복하는 수준이라고. 그는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다. 딸을 봐도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했던 윤정희. 당시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는 미자 역할을 소화했다. 백건우는 “마지막 작품인데 참 이상하지 않나”라며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며 연기했다. 이후에도 영화를 하나 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도 같이 구상하곤 했는데 잘 안 되더라. 상을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희 씨는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알리는 이유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 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라며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