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지코 “돈 좇았다면 회사 안 차려, 경영하니 소극적으로 바뀌더라”

전효진 기자 2019-11-08 08:00

[DA:인터뷰] 지코 “돈 좇았다면 회사 안 차려, 경영하니 소극적으로 바뀌더라”

가수 지코가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의 이름을 건 'KOZ Entertainment(케이오지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데뷔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 프로듀싱이라는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코는 “블락비로서 정규 앨범을 발매한 적은 있지만 솔로로서는 처음이다. 대중들, 팬들이 어떤 식으로 내 곡을 생각하고 받아들여줄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블락비 멤버로서도 지코는 솔로 가수로 이미 브랜드화 돼 있었다. 제3자가 보기엔, 지코의 데뷔 첫 솔로 앨범 발표가 이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선 “당시에는 회사에 속한 상태였고 지금은 독립했다. 내 회사에서 내는 첫 결과물이라서 느낌이 남다르다”라고 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는 데 의미를 뒀다.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고, 제가 많은 돈을 받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다면 받아들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회사를 차려서 제작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고 그 꿈이 제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를 직접 해봐야겠더라고요. 아직 젊으니까 도전한 것입니다. 무모하면서도 가능성도 있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 첫 단계로 회사를 차린 것이죠. 특별히 조언 받거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 회사는 따로 없어요.”


그는 “경영도 직접 한다. 최종 결정권자가 되니 책임감이 더 커지고 태도는 소극적으로 바뀌더라”며 KOZ엔터의 방향을 설명했다.

“이전에 소속 가수였을 때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최상의 퀄리티를 지향했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회사 재무 흐름 등을 봐야하니까 앨범 제작비로 많이 쓰면 회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부수적인 요소를 고려하게 됐죠.”

새 앨범 손익분기점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하긴 했지만 “[파트1] 반응에 스스로 만족한다. 내 노래가 공감대를 형성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중들과 대화를 한 기분이 들어서 [파트2]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다”라고 나름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첫 정규앨범 'THINKING' 파트2에는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를 비롯해 'another level' 'Dystopia' 'Balloon' '꽃말'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파트1]에 이어 인간 우지호의 생각들을 섬세하게 담았지만 전작보다는 좀 더 서정적이다.


지코는 “지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밝고 거칠고 자유분방한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는 외로움, 쓸쓸함, 허무함 등 다양한 감정이 있다”며 “예전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방해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일부러 감춰왔었는데 올해부턴 꺼내고 싶더라. 내 입을 통해서”라고 새 앨범 제작 과정을 돌아봤다.

“앨범 제작을 시작할 때도 대중들이 저에게서 바라는 부분, 신나는 음악을 만들었었어요. 하지만 작업할 당시 저의 생각, 가치관이 신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보니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신나는 첫 연기하는 기분이랄까요. 4~5개 노래를 아예 지우고 ‘나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보자’로 방향을 바꿨죠.”

특히 작업 시기가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하면서 호의적인 반응을 받았을 때, 그리고 이른바 ‘황금폰’ 루머에 휩싸였을 당시와 맞물렸는지 궁금했고 [파트1] 수록곡인 ‘극’을 통해 루머 유포자들에게 한마디를 한 것인지도 물었다.

이에 지코는 “특정 대상을 지목한 것이 아니고 해명할 의도도 없었다. 느끼고 있던 감정을 풀어낸 것을 뿐”이라며 “‘I've never seen a video like that swear to god'라는 가사의 경우, 곡을 녹음할 당시에 그런 일을 겪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를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극’을 통해선 나를 향한 극과 극 반응을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는 헤어진 이후 모든 게 멈춰버린 삶 속에서 그리움에 몸서리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또 배우 배종옥이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지코는 “밤에 공원에 갔더니 한적했고 ‘나만 남겨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만들기 시작한 노래”라며 “가상의 상황을 계속 스토리화하면서 섬세한 표현을 담아내려고 했다. 작사에 신경을 많이 들이는 편이고 은유를 잘 하지 않는다. 원래는 책을 읽고 표현을 참고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내 감정을 고백하는 것이라 일부러 책을 보지 않았다”고 비화를 말했다.  

“배우 배종옥의 팬이었어요. ‘라이브’ ‘질투는 나의 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안녕 형아’ 등 다 봤죠.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만났는데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제가 TV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웃음) 제 노래를 많이 접하진 않으셨지만, ‘남겨짐에 대해’를 듣고 출연을 결정한 것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듣겠다고 약속했어요. 뮤직비디오를 구상할 때 클리셰를 벗어날 수 없겠더라고요. 제가 등장해서 독백을 하거나 남녀주인공이 출연해서 회상하는 설정도 다 뻔하잖아요. 배종옥의 얼굴이 딱 떠올랐죠. 승낙 받은 날, 올해 제가 가장 많이 웃은 날이었어요.”


끝으로 “무심코 덮어둔 나의 크고 작은 생각들을 꺼낸 앨범이다. 총 10개 트랙을 통해 95% 정도 감정 정화를 했다. 나머지 5%는 즐거움 끝에 남아 있는 허무한, 허탈한 감정이다. 다음 앨범에서 풀어내면 되지 않을까?”라며 “신나고 싶을 때 내 노래를 들었듯이, 이번에는 지치거나 외롭거나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노래를 찾아주면 좋겠다”고 바람과 앨범이 지닌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지코는 8일 저녁 6시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를 포함한 첫 정규앨범 'THINKING' Part.2를 공개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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