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는 전무후무한 농구 스타에서 진격의 예능인으로 거듭난 서장훈의 ‘인생 이모작’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서장훈은 한국 프로농구 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과 최다 리바운드를 기록한 레전드 선수다. 1990년대 그가 속했던 연세대 농구부는 전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고,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그는 전설적 기록들을 써내려 갔다. 그러나 “한국 농구 판을 씹어 먹었고, 사람들에게 많이 씹히기도 했다”는 유희열의 말처럼, 이러한 서장훈의 독주는 추앙을 받음과 동시에 견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상대 선수들의 파울 대상이 된 서장훈은 농구 코트 위에서 참고 참다 버럭 화를 터뜨리는 일이 많았다고. 심각한 목 부상을 당해 보호대를 차고 뛰었던 때에도 서장훈은 보여주기 위한 ‘쇼잉’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 안에 갇힌 사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서장훈의 외로운 고백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묵직하게 울렸다.
서장훈은 아직도 농구, 은퇴를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르고 아쉬움이 든다고 고백했다. ‘국보급 센터’, ‘농구 레전드’라는 호칭이 따라붙지만, 서장훈은 세계 무대에 진출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또 “아직도 가장 슬픈 단어가 은퇴”라는 서장훈은 은퇴식 당시 자신의 모든 인생이 끝났다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사람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서장훈의 말처럼, 그에게 뜻밖의 방송인 서장훈의 인생이 찾아왔다. 어쩌다 유재석의 호출로 나간 예능을 통해 서장훈은 오랜만에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은 게 참 좋았다고 고백했다. 방송 속 보이는 진짜 내 모습을 통해 선수 시절 쌓은 편견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한 서장훈은 그렇게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장훈은 20년 후의 인생을 묻자, 신중하게 자신의 답변을 골랐다. “지금 제 삶이 이렇게 바뀌는 걸 보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겠다”며 “농구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방송인이 되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는 끝인사를 남겼다. 농구인으로, 또 방송인으로 치열하게 진지하게 삶을 마주한 서장훈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방송 후 시청자들은 그를 향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동아닷컴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