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회 열어가는 SK 고종욱 “저는 아직 배고픕니다”

 기자 2019-04-27 11:55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고종욱(30)은 ‘절실함’의 가치를 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귀중한 기회를 마주한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가득차있다.

하루아침에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하는 상황은 고종욱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한 팀에서만 생활했던 데다가 이지영(키움 히어로즈), 김동엽(삼성 라이온즈)과의 삼각 트레이드로 뜻하지 않게 팀을 옮기게 된 터라 큰 상실감을 느낄 법도 했다. 그러나 고종욱은 냉정했다. “결국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돌아보며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에겐 실패가 아닌 기회였다.

개막 직후 9타수 무안타에 그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적 후 첫 홈런(4월 7일·삼성 라이온즈)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내면서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내려간 외야수 노수광의 빈자리를 충실히 메워주고 있다. 26일까지 타율 0.288에 OPS(출루율+장타율) 0.805로 17득점 9타점 6도루(리그 공동 2위)를 기록하며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럼에도 고종욱은 “아직 부족하다. 배가 많이 고프다”고 말한다.

SK에 온 뒤 투수들과 수 싸움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격에 눈을 떴고, 스스로도 “조금씩 야구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서다. 그라운드 위에서 더욱 많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의 속내다. 고종욱은 “작년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밀리면서 출전하는 경기 수는 줄고, 벤치에 머무는 시간은 늘었다. 그만큼 절실함이 커졌다”며 “아직 야구를 배우는 단계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매 경기를 뛰는 일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집중력을 높인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는 “매 타석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경기에 최대한으로 몰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안 되면 머리를 한번씩 때리기도 한다”고 웃으며 “예전처럼 단순히 공을 보고 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투수와 싸우는 법을 알게 됐다. 덕분에 힘들었던 부분들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니 여러 가지 해법을 갖고 있더라.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슬럼프도 빨리 깨고, 야구도 잘할 수 있다. 아직 어렵긴 해도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팀 내에서 맡아줘야 할 자신의 임무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안타를 생산해내는 능력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다. 고종욱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루와 진루타다. 출루 했을 때 도루와 득점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2016년에 한 시즌 28도루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엔 30도루 이상을 한 번 기록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트레이드로 짐을 싸야하는 시련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고종욱은 “내가 팀에 조금이라도 필요한 선수였다면 트레이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SK에서는 부족함 없이 팀 내 존재감을 꽉 채워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남고 싶다. 이 곳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기회가 많지 않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게 주어진 기회를 반드시 살려서 SK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힘 줘 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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