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봉 상위 직업 20개 중 19개가 의사…왜 이렇게 많이 벌까

박해식 기자 2026-07-06 14:3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뭘까? 구글·메타·아마존 같은 빅테크 개발자나 월가 금융인, 변호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답은 의사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직업 20개 가운데 19개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 계열이었다. 2024년 기준 소아외과 의사는 평균 45만810달러(한화 약 6억9300만원)를 벌고, 심장내과 의사는 43만2490달러(약 6억6400만원), 정형외과 의사는 36만5060달러(약 5억6100만원)를 벌고 있었다.

20개 고소득 직업 중 의사(또는 치과의사)가 아닌 직업은 단 하나뿐이며, 그마저도 꼴찌다. 바로 항공기 조종사로 기장과 부기장의 연봉 중앙값은 22만6600달러(약 3억4700만원)다.

의사는 컴퓨터 과학자, 엔지니어, 심지어 변호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의사보다 더 높은 소득 집단을 찾으려면 일반적인 직업군과 비교를 넘어 기업 최고 경영자(CEO)나 대형 법률회사 파트너 변호사(로펌의 공동 소유자로 수익을 배분받는 최상위 변호사) 같은 극소수 최상위 직군까지 범위를 좁혀야 한다.

왜 미국 의사는 다른 고학력 전문직보다도 높은 보수를 받을까. 경제학자들이 수년간 연구를 진행해 그 이유를 찾아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미국 의사의 고액 연봉을 설명하는 첫 번째 이유로 긴 교육 기간과 긴 근무 시간을 꼽았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오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서 의대 진학에 필요한 생물학이나 화학 등 필수 과목을 이수한 뒤 대학원 과정에 해당하는 의과대학에서 4년을 공부하고, 이후에도 전문 분야에 따라 약 3~7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아야 한다.

근무 시간도 길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인 의사의 주당 근무 시간은 전문 분야에 따라 40시간 이상에서 60시간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시카고대학교 경제학자 조슈아 고틀립 교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긴 근무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소득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신경외과처럼 더 긴 수련 기간과 더 많은 근무 시간이 필요한 전문 분야일수록 의사들의 소득이 더 높은 경향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추가 수련 기간 1년은 연간 소득 14만3000달러(약 2억1900만원)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 기간과 근무 시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거 연방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농부와 목축업자도 장시간 일하지만 의사만큼의 소득을 올리지는 못한다.

교육 기간도 마찬가지다. 고틀립 교수처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의사만큼 오랫동안 공부하지만, 대부분 교수의 연봉은 10만 달러(1억5300만원) 미만이다.

연구진은 “의사들 역시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보상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즉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진은 명문 의대 출신 의사들이 고소득 전문 분야로 몰리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한 의사들은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술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었다.

실제 일부 전문 분야 의사의 소득은 매우 높다. 연구진이 분석한 소득 정점 시기(40~55세)의 주요 전문 분야 연봉(2017년 기준)은 신경외과 92만500달러(약 14억8000만원), 정형외과 78만8600달러(약 12억원), 피부과 65만5200달러(약 10억원), 심장외과 60만7300달러(약 9억2800만원), 안과 59만7000달러(약 9억1300만원)다. 현재는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고틀립 교수는 “고소득 전문 분야에 의사들이 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이는 다른 직업군의 근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형태는 다르지만 미국에서도 의대 진학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금융·기술·법률 등 다른 고소득 분야로 진출할 수도 있었던 인재라는 점에서, 높은 보상이 우수 인력을 의료 분야로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공동 연구자인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마리아 폴리아코바 부교수는 “의대 졸업생 대부분은 의사와 비슷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다른 길도 선택할 수 있었던 미국 최상위권 학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사협회(AMA)는 USA투데이에 “의사들은 보통 12~15년의 교육과 훈련을 거친다”며 “의대를 마칠 때 약 20만 달러(약 3억)의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오며, 높은 소득은 학자금 빚을 갚고 오랜 훈련 기간 동안 못 번 소득을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의사의 고소득은 길고 힘든 노력의 대가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의사들이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의사 수 부족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7명으로 한국(2.7명)과 함께 OECD 평균(3.9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독일(4.6명)을 비롯해 노르웨이·이탈리아·오스트리아(5명 이상) 등 최상위권 국가와 격차가 꽤 큰 편이다.

연구진은 의사 수가 적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의료계와 연방정부가 의대 정원과 병원 전공의 자리 수를 제한해 온 점을 지적했다.

의사 부족 현상은 과거 의료계와 정책 결정자들이 “미국에 의사가 과잉 공급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시기의 정책 방향과도 관련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같은 단체(AMA)가 의사 부족을 경고하고 있다.

AMA는 입장 변화에 대해 의료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의사 집단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번아웃 문제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앤드루 빅스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인위적으로 제한된 의사 공급 구조를 갖고 있다”며 “경제학에서 ‘진입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이 의사 임금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빅스 연구원은 “AMA가 의사 수를 제한함으로써 ‘의사를 위한 노동조합’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그 목적은 높은 임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의사가 많은 돈을 버는 기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높은 의료비를 꼽았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상당 부분 그 가격 구조를 결정한다.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Medicare)는 의료 서비스 가격 기준을 정한다. 이 가격 체계 속에서 미국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8%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고틀립 교수는 “정부와 정책이 사회 자원의 매우 큰 비중을 의료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소비자인 환자는 자신의 의료비 가격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빅스 연구원은 “사람들이 외과의사의 의료비를 비교해 쇼핑하듯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구조 때문에 의료 산업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미국 내 다른 산업과 상당히 다르다고 본다.

뉴욕 소재 사회과학 전문 대학원인 뉴스쿨 사회연구대학원의 경제학자 테레사 길라두치 박사는 미국 의료산업을 방위산업체에 비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길라두치 박사는 “어떤 면에서 의료산업은 방위산업체와 비슷하다”며 “주요 고객인 연방정부가 막대한 지불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체가 일반 소비자보다 막대한 예산을 가진 연방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것처럼, 의료산업도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과 공적 재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료비와 의사 소득이 올라가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연평균 35만 달러(약 5억6300만원)인 의사들의 소득은 미국 의료비 지출의 8.6%를 차지한다. 메디케어가 지급한 진료비의 25%는 의사 개인 소득으로 귀속됐다. 또한 공공 재정을 투입한 보험 확대 지출 가운데 8%도 의사 소득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의사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배경에는 의료정책이 만든 독특한 시장 구조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보험과 의료비 지원 정책은 환자와 보험 가입자가 의료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을 늘려 수요를 확대했다. 반면 의사가 되는 과정은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해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렵다.

정책의 영향으로 수요는 커졌지만 공급은 제한된 구조가 의사의 높은 보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보상 체계가 의사들의 전문 분야 선택,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 은퇴 시기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www.gottlieb.ca/papers/DoctorsIncomePaper.pdf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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