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이 개발 중인 새로운 경구 비만 치료제 ‘알레니글리프론(aleniglipron)’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이지만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오젬픽·위고비)처럼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기반으로 한 기존 주사제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한 소분자(small molecule) 약물이다. 다시 말해 이미 개발된 ‘먹는 위고비(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처럼 세마글루타이드 자체를 알약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같은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새로운 소분자 화합물이다. 아스피린이나 혈압약처럼 우리가 복용하는 대부분의 알약이 소분자 화합물이다. 이 때문에 음식과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대량 생산도 가능해 향후 더 많은 환자에게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로버트 쿠슈너(Robert Kushner) 명예교수는 이 약물이 기존 GLP-1 주사제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다.
또 냉장 보관이 필요하고 생산과 유통 비용도 높아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현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먹는 약으로 만든 경구 제형도 개발돼 있지만 복용법이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다. 위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흡수 촉진제가 필요하고, 일정 시간 금식 후 공복 상태에서 소량의 물로 먹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반면 이번에 임상 2상을 진행한 알레니글리프론은 공복 또는 음식과 함께 복용할 수 있다.
쿠슈너 교수는 “아스피린이나 혈압약처럼 대부분의 경구약은 소분자 화합물이다. 알레니글리프론도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물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약물과 병용하기도 더 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는 45㎎, 90㎎, 120㎎ 세 용량군에 3:4:4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이후 각 용량군에서 다시 알레니글리프론 투여군과 위약군에 3: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알레니글리프론은 5㎎부터 시작해 4주마다 단계적으로 증량했으며, 총 36주간 치료 후 체중 변화를 평가했다. 자료=Nature Medicine
모든 참가자는 하루 한 번 약을 복용했다. 알레니글리프론을 투여받은 참가자는 5㎎부터 시작해 4주마다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렸으며, 연구진은 총 36주 동안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36주간 치료 후 45㎎ 투약군은 평균 9.0%, 90㎎군은 10.7%, 120㎎군은 12.1% 체중이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은 0.5% 감소에 그쳤다.
체중의 10% 이상 감량은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지방간 등 비만 관련 질환 개선에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위장관 관련 부작용은 모든 용량군에서 주로 경증 또는 중등도로 나타났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참가자의 약 10.4%는 치료를 중단했다. 주로 복용 초기 용량을 늘리는 단계에서 치료를 중단했으며, 대부분 위장관 부작용 때문이었다.
다만 소분자 방식의 경구 GLP-1 비만 치료제는 비교적 새로운 접근법인 만큼 후보 물질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실제로 화이자는 개발 중이던 소분자 GLP-1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의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에게 약물 유발 간 손상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개발을 중단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약물 유발 간 손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연구진도 “새로운 안전성 우려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쿠슈너 교수는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효과적인 용량도 확인했다. 임상 3상에서는 용량 증가 속도를 더 천천히 해 약물에 대한 내약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제이거나 복용법이 까다로운 경구제여서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알레니글리프론이 향후 임상 3상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경우 복용이 편리한 차세대 경구 비만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8/s41591-026-04476-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