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있는 여친에 “오염됐다”…데톨 中광고 논란끝 퇴출

김영호 기자 2026-06-24 18:07

문제가 된 데톨의 광고. 엑스 @manyapan 갈무리

영국 항균 브랜드 데톨(Dettol)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공개한 반(反)성차별 광고가 오히려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혐오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제작됐지만, 여성의 순결과 제품의 살균 기능을 연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생활용품 기업 레킷벤키저 그룹의 데톨은 중국에서 5분 분량의 단편 드라마 형식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때가 타지 않은 깨끗한’ 배우자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과거 동거 경험이 있는 전 여자친구를 “더럽다” “오염됐다”고 비난하며 “내 미래의 아내라면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에 새 여자친구는 그의 여성 혐오적 태도를 지적하며 이별을 통보한다. 이어 광고는 “독설적인 남자는 세균과 같다. 마음 편히 지내려면 데톨로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데톨 제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 성차별 논란 처음 아니었다…결국 ‘전면 재검토’ 선언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누리꾼의 반응은 정반대다. 사람의 순결성을 제품의 살균 능력과 비교하려는 시도 자체가 성차별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광고 내내 여성의 깨끗함과 순결함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판 엑스(X)인 웨이보에는 “정말 쓰레기 같은 광고다. 할 말을 잃었다“ “경영진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지 뉴스레터 ‘아이 온 디지털 차이나’를 운영하는 마냐 코에체는 “남성 등장인물의 잘못을 부각하려는 의도였을지라도 메시지 전달 방식이 너무나 서툴러 상당한 혼란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데톨이 중국에서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톨은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그 여성은 결혼식 직전에 ‘반품’됐다.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이 틀림없다”는 문구를 담은 광고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데톨이 중국에서 논란이 된 광고에 대해 자사 웨이보 계정을 통해 낸 성명문. 뉴스1

논란이 확산하자 데톨 측은 22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성명을 내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데톨은 성명에서 “원래 의도는 성차별을 비판하는 것이었지만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며 “잘못된 콘텐츠와 검토 과정의 미흡함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향후 데톨은 광고 콘텐츠 제작 및 심의 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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